[천자칼럼] 마우스에서 증강 인간까지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증강(增·augmented)’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수나 양을 늘려 더 강하게 함’이다. 뒤에 붙는 단어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가장 흔히 쓰는 ‘증강 현실(AR)’은 1990년대 보잉사가 만든 신조어다. 스마트폰이나 AR 글라스를 이용해 실제 공간 위에 가상 세계를 덧씌워 보여주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증강 인간(augmented human)이란 개념도 있다. 증강 현실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더 오래됐다. 기술을 통해 인간의 신체적, 인지적, 지각적 능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우스의 아버지’로 유명한 더글러스 엥겔바트가 1962년 발표한 논문 ‘인간 지능 증강’을 통해 구체화했다. 그가 마우스를 만든 것도 사람이 컴퓨터의 능력을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이 논문에서 인간의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주로 컴퓨터와 통신망을 이용한 기능이다. 가상 공간에서 협업할 수 있는 도구와 네트워크에 정보를 저장해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엥겔바트는 이 같은 구상을 두고 ‘공상적’이라고 표현했지만, 지금은 누구나 이 같은 도구를 손쉽게 쓰고 있다.

통신과 센싱 기술 발전으로 증강 인간은 끊임없이 진화 중이다. 지난 2일 폐막한 세계 최대 통신기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선 증강 인간과 관련한 다양한 기술이 소개됐다. 일본 통신사 NTT도코모는 로봇이 인간의 동작을 따라 하는 ‘모션 셰어링’과 원격으로 촉각을 전달하는 기술 등을 선보였다. 스페인의 어드밴시스인서저리(AIS)는 로봇이 근육과 뼈 역할을 대신해 하반신 마비 환자도 걸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웨어러블 기기를 내놨다.

최근 인공지능(AI) 발전으로 인간의 역할이 점점 줄어들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엥겔바트는 “인간의 문제 해결 능력은 사회가 소유한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며 “인간이 복잡한 문제를 이해하고 접근하기 위해 기술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간 본연의 능력, 기술의 존재 이유를 되새길 수 있는 말이다.

이승우 산업부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