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중국, 이번엔 크레인 스파이?
적의 정보를 캐내는 고전적인 수법은 ‘휴민트(human+intelligence)’다. 미인계, 내부 협조자 등 사람을 활용해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다. 한 명의 정보원이라도 발각되면 조직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2021년 세계 각국에 포진한 미국 중앙정보국(CIA) 정보원의 신원이 잇달아 노출돼 조직이 휘청거린 바 있다.

21세기 들어선 인공위성과 정찰기 등 첨단 장비들을 활용해 군사 정보를 수집하는 ‘테킨트(TECHINT)’가 보편화했다. ‘시긴트(SIGINT·신호 정보)’ 탐지도 그중 하나다. 시긴트는 레이더 신호 등 전파를 잡아 정보를 수집하는 엘린트(ELINT)와 전화 도·감청 및 이메일, 팩스를 탐지하는 코민트(COMINT)로 분류된다.

2008년 북한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 우리 정보당국은 그가 ‘칫솔질은 하고 있다’는 첩보를 시긴트와 휴민트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북한에선 대대적인 정보원 색출 작업을 벌였다고 한다. 2019년 서해상에서 우리 공무원이 북한에 피격당하는 상황도 시긴트를 통해 실시간 파악할 수 있었다. 위성 영상으로 정보를 얻는 이민트(IMINT)도 있다.

북한 김정은이 2020년 20일간 두문불출했을 때 U-2, 조인트스타스(E-8C) 등 미군 정찰기를 한반도에 50여 회 띄우는 방법 등을 통해 한·미는 ‘특이 동향 없다’는 결론을 냈다. ‘오신트(OSINT)’는 공공기관, 국제기구, 언론사 등이 공개한 자료와 기사 등을 정밀 분석해 정보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미국 항구에서 사용하는 중국산 크레인이 스파이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어 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중국이 크레인에 달려 있는 컨테이너 추적 센서를 통해 해외 작전에 동원되는 미군 물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스파이 방식의 또 다른 진화다.

중국이 전 세계에 설치한 공자학원, 비밀경찰서가 간첩 기구라는 의혹도 있다. 중국의 정찰 풍선이 군사정보 수집용이라는 논란도 일었다. 영국 정보기관인 MI5의 켄 맥컬럼 국장은 지난해 9월 중국의 스파이 활동이 “게임체인저가 됐다”고 했다. 우리도 경각심을 가질 때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