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이 보이는 더 아남 무이네의 야외 수영장.
해변이 보이는 더 아남 무이네의 야외 수영장.
베트남 남동부의 해안 도시 무이네는 숨겨진 보석 같은 휴양지다. 호찌민이나 냐짱(나트랑)에서 자동차로 4~5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무이네의 해변은 늘 한가하다. 그래서 무이네는 베트남과 오랜 동맹 관계인 러시아 사람들의 겨울 휴양지로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무이네의 참 매력은 리조트다. 조용한 독채와 깨끗한 수영장을 이용하는데도 하루 200달러가 안 되는 가성비 좋은 곳들이 즐비하다. 호찌민이나 냐짱에서 하루 코스로 찍고 오는 것만으로는 무이네의 최고 장점을 놓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중에서도 요즘 주목받는 리조트는 ‘더 아남 무이네’다.
베트남의 '숨은 보석' 무이네…미술관 닮은 리조트서 '힐링'

더 아남 리조트의 두 번째 ‘야심작’

베트남의 럭셔리 호텔 브랜드 더 아남이 올 초 선보인 더 아남 무이네는 아름다운 모래 해변으로 유명한 응우옌 딘 치우 바닷가에 자리 잡고 있는 5성급 리조트다. 더 아남 측의 설명에 따르면 “프랑스 스타일의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특징”이다. 더 아남 무이네는 베트남 호텔로는 처음으로 ‘SLH(스몰 럭셔리 호텔)’에 최근 선정됐다.
더 아남 무이네.
더 아남 무이네.
더 아남이 베트남 토종 리조트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의아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마치 한국 기업이 일본 강점기를 회상하며 일본풍으로 지었음을 자랑하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고급스러운 건축물들 상당수는 과거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양식을 따라 하는 경우가 많다. 다낭의 바나힐을 비롯해 달랏, 사파 등 고원 휴양지는 프랑스인들이 피서 목적으로 세운 곳들이다.

‘세계의 강대국과 싸워 모두 이겼다’는 베트남인들 특유의 자부심이 만들어 낸 문화가 아닐까. 실제로 베트남인들은 1954년 5월 7일 북부 디엔비엔푸에서 벌어진 인도차이나전쟁에서 결정적인 승리를 거둠으로써 그들 스스로 힘으로 프랑스를 축출했다.

‘인도차이나풍’에 대한 오해가 풀렸다면, 이번엔 더 아남 무이네만이 보여줄 수 있는 베트남 예술을 만끽할 차례다. 아름다운 문양의 패턴 타일로 장식된 바닥은 더 아남 호텔의 시그니처다. 이와 함께 리조트 곳곳에 약 250점의 유화가 전시돼 있다. 베트남 로컬 예술가들과 협업의 결과물이다.

베트남 근대 미술, 특히 유화는 세계 미술·골동품 경매 시장의 양대 산맥인 소더비가 지난해 6월 홈페이지에 ‘베트남 미술이 지금 전성기를 맞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을 정도로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작년 초 홍콩에서 열린 경매에서 레 포의 <정원의 인물>이란 작품이 베트남 미술 작품으로 역대 두 번째 낙찰가를 기록했다.

베트남 젊은 작가들의 대표작 한자리에

베트남의 근대 미술이 미국, 유럽 수집가들의 관심을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레 포를 비롯해 마이 쭝 투 등 프랑스 아카데미 미술에 기반을 둔 베트남의 근대 작가들은 20세기 초 프랑스 신양식주의 화풍의 기반 위에서 아시아적 소재를 유려하게 풀어나갔다. 한국 근현대 미술에서도 1990년대까지 근대 유화의 몇 작가가 전체 시장에서 항상 ‘톱 10’을 독차지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프리미엄 킹 객실 내부.
프리미엄 킹 객실 내부.
더 아남에 전시된 유화는 베트남 남부 특유의 화려한 색감에, 자연과 사람을 소박하게 표현한 인도차이나풍의 작품이다. 도이머이(개혁·개방) 이전 사회주의 예술을 거부한 부이 쑤언 파이(1922~1988), 응우옌 투 응이엠(1922~) 등 베트남 근대 미술의 원류를 잇는 소품들을 로비, 복도, 객실 곳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
더 인도차이나 레스토랑 내부.
더 인도차이나 레스토랑 내부.
베트남 미술에 좀 더 관심을 갖길 원한다면, 호찌민에 있는 ‘블루 스페이스’와 ‘산 아트’를 둘러보길 권한다. 각각 1996년, 2007년에 설립됐다.

식민지 시절의 화풍에서 벗어난 베트남 젊은 작가들의 대표작들을 만날 수 있다. 화물 컨테이너를 개조한 ‘더 팩토리 컨템포러리 아트 센터’를 비롯해 ‘CUC 갤러리’ 같은 스타급 작가의 전속 갤러리도 호찌민시에 있다.

사막을 닮은 해안사구, 요정이 사는 계곡 …

무이네의 피싱 빌리지 전경.
무이네의 피싱 빌리지 전경.
오진이 서울대 미술대학 학예사는 “소더비 등 상업계에선 1950년대 전후 식민지풍의 작품 판매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비해 비엔날레 등 현대 미술계에서는 도이머이 이후의 젊은 베트남 미술가들의 베트남 역사에 대한 인식이 드러난 실험적인 작품에 대한 평가가 더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엔 해외에서 태어나 베트남으로 귀국한 신진 작가들을 일컫는 ‘포스트 도이머이 아티스트’들이 주목받고 있다. 딘 큐 레(1968년생), 판 타오 응우옌(1987년생)은 이미 스타급 작가로 올라섰다.

무이네는 아름다운 해변뿐만 아니라 사막을 닮은 해안 사구(모래 언덕)와 ‘요정의 개울’이라고 불리는 자연 계곡도 들러볼 만하다. 주황색과 흰색 석회암 사이로 흐르는 얕은 개울을 걸어볼 수 있는데, 아름드리나무가 적절하게 그늘을 만들어준다. 발도 시원해 더없이 기분 좋은 산책로다. 호찌민~무이네 고속도로가 올해 개통 예정이어서 편도 기준 소요 시간도 2시간 30분으로 단축될 전망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