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기 추모 행사서 만난 강인숙 영인문학관장 "남은 자료 아직 많아"
"평론집 '저항의 문학' 자랑스러워…매년 봄에 이어령 관련 전시 계획"
"좋은 것만 주고 싶었던 이어령 선생…창조하는 이로 기억되길"
"이어령 선생은 제게 친구였고, 오랫동안 남편이었죠.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좋은 것, 정말 '베스트'만 드리고 싶었던 분입니다.

"
강인숙(90) 영인문학관장은 24일 고(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60여 년 부부의 연을 맺고 살다 이별한 지 어느덧 1년. 강 관장은 "처음 6개월은 자꾸 멀어지셨는데 어느새 (내 곁에) 돌아오시더라"고 말하며 옅은 미소를 보였다.

이 전 장관의 1주기를 앞두고 이날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을 찾은 강 관장은 '이어령의 서(序)' 특별전을 둘러본 뒤 "새로 시작하는 서막을 열어줘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영인문학관과 함께 준비한 이번 전시는 시대의 지성이자 석학으로서, 우리 문화 정책을 기틀을 마련한 이 전 장관의 뜻을 기리는 자리다.

그가 평소 쓰던 물건과 남긴 저서 등을 한자리에 모았다.

구순에 접어든 그지만, 이 전 장관과의 기억을 떠올릴 때는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한 듯했다.

강 관장은 "늘 아름다운 걸 좋아했고, 또 새것을 좋아했다"며 "그런데도 용케 버림받지 않고 끝까지 살았다 싶더라"며 농담을 던지며 환히 웃기도 했다.

"예전에 만년필로 글을 쓸 때는 그것만 쓰셨어요.

나는 책에 글을 쓰거나 표시를 할 때 여러 색을 쓰는 편인데, 선생님은 꼭 노란색으로만 마크(줄을 긋거나 표시했다는 의미)했어요.

"
"좋은 것만 주고 싶었던 이어령 선생…창조하는 이로 기억되길"
그는 이 전 장관의 다양한 활동 가운데 가장 자랑스러운 일로 평론집 '저항의 문학'을 꼽았다.

그는 "1950년대만 하더라도 평론이라는 자체가 거의 없었다.

한국 문학에 대한 평론을 낸다는 것 자체가 대단했다.

당시 20대 젊은이였는데 그만큼 정말 열심히 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장관이 떠난 이후 그를 조명한 여러 책이 나왔지만, 아직 남아있는 자료도 많다.

컴퓨터에 남아 있는 파일 용량만 해도 8테라바이트(TB·1천24 GB)에 달한다고 한다.

이미 공개된 원고와 틈틈이 떠올린 단상(斷想)이 섞여 있어 겨우 정리 중이라고 가족들은 전했다.

강 관장은 "컴퓨터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자료가) 많다"며 "지금은 인력이 없는데 여러 분야 학자를 모셔서 자료를 정리하고 연구해 공저 형태로 내야 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영인문학관은 올해 가을부터 이 전 장관이 쓰던 서재를 공개할 예정이다.

강 장관은 "인원을 제한해서 서재를 보여주려 한다"며 "매년 봄에는 남아있는 사진, (이어령 선생의) 문학사상, 컴퓨터, 필기 등 주제를 정해 전시도 꾸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전 장관이 어떻게 기억됐으면 하냐는 말에 "창조하는 사람"이라고 답하며 웃었다.

추모 1주기를 맞아 이날 도서관에서는 이 전 장관의 추모하는 행사도 함께 열렸다.

유족 주관으로 열리는 추모식에는 문화계 주요 인사를 비롯해 약 150명이 참석했다.

아들인 이승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이 전 장관의 모습을 담아 만든 영상이 나오자 참석자들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감정에 겨운 듯 눈물을 훔치는 사람도 있었다.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은 추도사에서 "1964년 삼성출판사 고문으로 인연을 맺어 내년이면 60주년이 된다"며 "영원한 우리의 별, 신화적인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낸 그를 추억하자"고 기렸다.

"좋은 것만 주고 싶었던 이어령 선생…창조하는 이로 기억되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