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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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영등포구 한 생선조림 가게는 양념에 들어가던 청양고추 양을 4분의 1 정도로 줄였다. 청양고추 가격이 작년에 비해 세 배 이상 뛰었기 때문이다. 대신 매운 맛을 내기 위해 냉동 제품과 말린 청양고추씨를 섞어 요리한다. 이 가게 주인 조모 씨(55)는 “청양고추를 원래 양대로 넣다가는 식재료 단가가 감당이 안 돼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인천의 한 칼국수 가게도 얼큰 칼국수 요리에 청양고추 대신 베트남산 고추를 섞어 넣고 있다. 국내산 청양고추에 비해 반값 정도로 저렴해서다. 가게 관계자 이모 씨(33)는 “손님들 상에 함께 나가는 다대기는 눈에 보이는 거라 수입산으로 내기 어렵지만 육수를 낼 때는 베트남산으로 일부 대체했다”며 “값을 올리지 않고 음식 맛을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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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간 신선식품의 가격이 크게 오른 상태에서 겨울철 난방비까지 급등하면서 채소값이 더 크게 들썩거리고 있다. 최근엔 특히 청양고추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폭등했다. 청양고추를 주재료로 사용하던 식당이나 자영업자들은 매운 맛 대체재 찾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21일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기준 청양고추 10㎏ 평균 도매가격은 18만9800원으로 전년 동일(6만7784원) 대비 무려 180% 폭등했다. 소매가격도 100g당 2574원으로 1년 전(1205원)보다 두 배 이상 뛰었다.

지역에 따라 도매가격 기준(10kg 당) 22만~23만원까지 치솟은 곳도 있다는 전언. 상황이 이렇다보니 청양고추 할인 행사라도 하는 날엔 자영업자들의 오픈런까지 벌어지고 있다. 광주의 한 식자재마트에서 청양고추 4kg을 1만9800원에 파는 할인행사를 하자 개점 전부터 사람들이 몰리면서 한 시간도 채 안 돼 물량이 동났다. 인근 지역 식당 관계자는 “살 수 있는 한 많이 사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마트를 들렀는데 청양고추 할인 소식에 식당 주인들이 한꺼번에 몰려 두 박스 밖에 못 샀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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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고추 가격이 급등한 것은 수확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올 겨울 한파와 일조량 부족 등의 이유로 고추 농사가 큰 타격을 입었다. 게다가 겨울철 난방비가 급등해 생산 단가가 오른 것도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겨울 채소는 냉해 방지를 위해 난방 장치로 적정 온도를 만들어야 하는데 전기·가스요금이 인상되면서 생산비가 많게는 2배 가까이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성장 기간이 긴 채소 특성 상 당분간 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청양고추를 활용하는 식품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매운 음식이 인기를 끌면서 청양고추 수요가 많은데 값은 뛰고 공급이 줄어 불안정성이 크다”며 “대체제를 찾으려 해도 품질에 변동이 생길 수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장기화하면 매운 맛 제품이나 음식 가격까지 덩달아 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