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강진] "터키어과가 당연히 먼저 도와야죠"
한국외대 구호물품 기부함 4시간 만에 가득 차
"전염병 우려에 '리(re)마스크'…이재민용 대형막사도 필요"
[고침] 사회([튀르키예 강진] "터키어과가 당연히 먼저 도…)
포장도 뜯지 않은 새 러닝셔츠와 두루마리 화장지 12개, 흰 패딩과 핫팩 한 상자, KF마스크까지. '튀르키예 구호물품 기부함'이라는 안내문이 붙은 갈색 택배상자 안에는 튀르키예 이재민에게 전하는 마음이 담겼다.

한국외대 터키-아제르바이잔어과(이하 터키어과)는 국내 유일한 튀르키예 언어·문화 전공 학과다.

터키어과 학생회는 지난 6일(현지시간) 규모 7.8의 지진이 강타한 튀르키예를 도울 방법을 고민했다.

다음 달부터 과 회장을 맡는 송준엽(23)씨는 구호물품 기부와 성금 모금 등 학과 내 의견을 모아 학교 측에 전달했다.

9일부터는 학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겨울옷·담요·생리대·기저귀 등 구호물품 모으기 캠페인에 나섰다.

송씨는 13일 "학과 특성상 튀르키예에 친구도 많고, 튀르키예로유학간 학생들도 많다.

국내 유일 튀르키예 전공이 가장 먼저 나서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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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학교로 직접 오지 못하면 물품을 어떻게 기부할 수 있느냐는 문의 전화를 첫날 오전에만 3∼4통 받았다.

학교에 직접 오지 못하는 경우 터키어과방으로 택배를 보내도 된다.

기부함을 설치하기 전부터 이미 구호물품이 도착했다"며 뿌듯해했다.

지난 10일 오후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본관 1층과 글로비돔 기숙사 1층에 마련된 '튀르키예 구호물품 기부함'에 20여분 동안 학생 5∼6명이 두꺼운 옷과 담요 등을 기부했다.

흰 패딩과 수건을 가져온 중국문화전공 조기용(25)씨는 "터키어과 학생회의 카드뉴스를 보고 그동안 받은 걸 다시 나누는 차원에서 기부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제회의통역번역커뮤니케이션학과 손은서(22)씨도 검은 패딩을 기부함에 넣었다.

손씨는 "외대 커뮤니티 등에서 기부함 소식을 접하고 방학 중이지만 꼭 참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나에게는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것이지만 터키인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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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대 구성원 아닌 이들도 인스타그램을 보고 양손 가득 옷가지를 들고 찾아왔다.

기부함 4개가 설치 약 3시간 만에 가득 찼다.

기부물품이 쌓일수록 학생들 시선도 집중됐다.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던 남병진(24)·류현명(21)씨는 로비 한편에 놓인 기부함을 유심히 보며 "튀르키예가 형제의 나라라고 할 만큼 정서적으로 가까우니 구호물품을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위생적인 면에서 속옷도 필요할 것 같다.

겉옷·속옷 구분 없이 넣겠다"고 했다.

구호물품 기부 릴레이에 학교도 나섰다.

한국외대는 기부함을 4개에서 18개로 대폭 늘리고 손소독티슈 7천500개와 장갑·귀마개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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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진 한국외대 터키어과 학과장은 튀르키예의 처참한 상황을 언급하며 필요한 구호물품을 설명했다.

그는 "피해 면적이 터키의 ⅛로 대한민국 면적에 해당할 만큼 광범위하고, 그마저도 국경지대이자 낙후지대여서 내진설계가 되지 않은 건물이 많다"며 "터키는 난민을 가장 많이 받아들인 나라인데 하필이면 아랍 난민 밀집 지역이 초토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튀르키예는 2020년부터 마스크를 해제해 마스크 수요가 없었는데 현재 많은 사망자로 인한 전염병 위험 때문에 마스크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재민 텐트용 대형 막사도 관련 기업이 후원해주면 좋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 교수는 한나절 만에 500만원을 모금하는 등 튀르키예를 향한 따뜻한 마음이 모이고 있다며 가장 먼저 나선 터키어과 구성원들을 칭찬했다.

오 교수는 "모금 내역을 보니 3천원, 5천원부터 몇만 원까지 다양하더라"며 "큰 액수도 좋지만 십시일반 위로와 응원을 전하려는 학생들 마음이 의미 있다"고 말했다.

터키어과 학생회는 이달 24일까지 1차로 모인 물품과 기부금을 주한터키대사관에 전달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