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 강서구의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발표회’에서 김기현 후보(오른쪽)와 안철수 후보가 나란히 앉아 있다.  김병언 기자
지난 7일 서울 강서구의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발표회’에서 김기현 후보(오른쪽)와 안철수 후보가 나란히 앉아 있다. 김병언 기자
대통령실의 거듭된 자제 당부에도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서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마음) 팔이’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친윤으로 분류되는 김기현 후보가 윤심을 걱정하는 당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나섰다. ‘안철수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윤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

‘대권주자 불가론’ 강조한 김기현

김 후보는 지난 11일 경기 용인 강남대에서 열린 ‘경기 중남부 보수정책 토론회’에서 “대선 욕심이 있는 분은 (당 대표로) 곤란하다”며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부딪치면 차마 입에 올리기도 싫은 탄핵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 후보는 “대선 주자라면 다음 공천 때 자기 사심이 들어갈 것은 인지상정”이라며 “사심 없고 대권 욕심 없이 당의 안정을 이끌 수 있는 대표를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경선(컷오프)을 통과한 당권 후보 중 대선 주자로 분류되는 이는 안 후보뿐인 만큼 김 후보의 발언은 자연히 안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안 후보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무리 패배가 겁난다고 여당 당 대표 하겠다는 분이 대통령 탄핵 운운하는 게 말이 되냐”며 “아마도 전략적으로 당원들에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어 한 것 같은데, 제가 보기에는 오히려 (김 후보가) 공포에 사로잡혀 있는 듯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전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후보는 울산시장 시절 누구보다 앞장서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고 나선 분”이라며 “지금 와서 탄핵과 다른 후보를 엮어 당원들을 협박해 득표하려고 하는 모습은 매우 온당하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안철수, “공천 불개입”으로 대응

안 후보는 12일 국회에서 정책 비전 발표회를 열고 “(당 대표가 되면) 투명한 공천 시스템만 짜놓고 내년 총선 공천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자신의 대선 행보를 위해 공천권을 남용할 수 있다는 비판에 대한 대응이다.

그는 “저의 (총선) 출마 지역도 공천관리위원회 결정에 전적으로 맡기겠다”며 “현재의 지역구(경기 성남 분당갑)에 출마하라고 하면 할 것이고, 수도권 승리를 위해 험지 출마를 요청하면 거기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공천에 개입하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안 후보는 “공천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제가)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면 어떤 곳에서도 압력을 행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 후보는 대세론 확산에 나섰다. 컷오프 과정에서 이뤄진 당원 여론조사에서 자신이 큰 득표율 차이로 1위를 차지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이날 아침 KBS 방송에 출연한 김 후보는 컷오프 결과에 대한 질문을 받고 “예상대로 나왔다”며 “일부 언론에서 순위가 보도됐는데 제가 1등이고, 2등과 큰 격차가 났다”고 했다. 이어 “84만 명의 당원 중 6000명을 뽑아 진행한 조사에서 ‘(제가) 1등이고 큰 격차가 났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김기현이 이긴다는 중요 지표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은 13일 제주 지역 합동연설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경쟁에 나선다. 14일에는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가 개최되며 15일에는 첫 방송토론회가 열린다. 16일에는 광주·전북·전남 합동연설회에 나선다.

노경목/양길성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