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만에 조합 설립하는데…청파1구역, 매수세 너무 없네
서울역 인근 용산구 청파 1구역(사진)이 이달 재개발 조합을 정식으로 설립하고 본격적인 개발 절차에 들어간다. 2004년 정비 예정 구역으로 지정된 지 18년 만이다. 이 구역은 용산구 내에서도 얼마 남지 않은 노른자위로 꼽히지만, 주택 매수 수요가 위축된 탓에 시세보다 30% 이상 싼 급매물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용산구는 이달 청파 1구역 재개발 조합 설립 인가를 내줄 예정이다. 청파 1구역 재개발은 서울역 남서쪽 청파동2가 일대(3만2390㎡) 3종 일반주거지에 총 697가구, 최고 25층 높이의 아파트(용적률 249%)를 짓는 사업이다. 이 중 147가구(전용면적 39~59㎡)가 일반에 분양될 예정이다.

2005년 조합 설립 추진위원회가 결성된 이 구역은 진출입 도로가 확보되지 않아 사업이 장기간 중단됐다가 서울시가 정비계획을 확정한 작년 7월 재개됐다. 추진위는 이르면 올 하반기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삼성물산,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등이 사업 수주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예상 조합원 분양가는 전용 59㎡가 9억8670만원, 전용 84㎡는 12억5660만원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조합 설립 동의율이 90%를 넘을 정도로 재개발 추진에 대한 조합원의 의지가 강하다”고 했다.

청파 1구역은 대부분이 대지 지분 36~39㎡의 노후 빌라(연립·다세대주택)다. 재개발 후 전용 84㎡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빌라의 호가는 12억원 선으로, 프리미엄(웃돈)이 5억원 정도 붙어 있다. 다만 급격한 금리 인상 여파로 매수세는 실종되다시피 한 상태다. 청파동2가 C공인 관계자는 “전용 84㎡ 입주가 가능한 매물 시세가 2021년 15억원을 웃돌았지만, 지금은 11억~12억원대까지 내려왔다”고 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도 “대지 지분 3.3㎡당 1억5000만원에 팔렸던 빌라 호가가 5600만원까지 떨어진 상황”이라며 “투자자들이 입주까지 수년 더 걸리는 재개발 지역에 투자하기보단 아파트 급매물을 사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파 1구역 왼쪽엔 2021년 말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인허가 절차를 대폭 단축하는 재개발·재건축) 대상지로 선정된 청파 2구역이 자리하고 있다. 이 구역에도 총 1994가구, 최고 25층 높이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거래는 끊긴 상태다.

하헌형/안시욱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