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산불 3건 중 2건 '인재'…"불놓는 행위 무조건 말아야"

충북 보은에서 농사 짓는 A씨는 작년 2월 산림과 인접한 밭에서 영농부산물을 태우다가 30만원의 과태료를 물었다.

무심코 논밭두렁 태우다 수십만원 과태료…형사처벌될 수도
영농철을 앞두고 매년 반복적으로 해 온 일인데, 누군가 소각 장면을 보고 신고한 탓이다.

기분이 언짢고 30만원의 과태료도 아깝지만 불이 산으로 번지지 않아 형사처벌되지 않은 것을 위안 삼는 중이다.

29일 충북도에 따르면 겨울이나 초봄 농촌 주민들이 무심코 쓰레기나 논두렁 밭두렁을 태우다가 과태료나 벌금 무는 일이 빈번하다.

2013년 이후 10년간 충북에서는 234건의 산불로 200.56㏊의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이 가운데 82건(35%)이 입산자 실화이고 69건(29건)은 소각에 따른 산불, 11건(4.7%)은 성묘객 실화이다.

나머지는 건축물 화재에 따른 산불 등인데, 결과적으로 3건 중 2건이 '인재'인 것이다.

쓰레기 등을 태우려고 놓은 불이 고의는 아니지만 산으로 번지면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일례로 영동군 매곡면에 거주하는 B씨는 2021년 2월 산불을 낸 혐의로 기소돼 징역 8월의 형을 살았다.

화목보일러 재를 집밖에 내다 버렸는데 불씨가 날아가면서 산불이 나 74.9㏊의 산림이 훼손됐다.

이 산불을 끄기 위해 헬기 13대와 695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2021년에는 B씨를 포함, 4명이 법정에 섰고, 작년에는 6명이 기소돼 형사처벌을 받았다.

산불로 번지지 않았더라도 쓰레기 소각 등을 목적으로 산림에서 100m 안쪽 지역에 불을 놓게 되면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적발될 때마다 30만∼5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논·밭두렁을 태운다고 해서 병해충 방제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닌데, 불을 놔야 농사가 잘된다는 속설 탓에 소각이 관행처럼 이뤄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도내 시·군이 지난해 57건의 과태료를 부과했는데 이 가운데 무단입산이나 흡연·꽁초 투기를 제외한 불법 소각이 53건(93%)에 달했다.

2021년에도 46건의 과태료 중 44건(95.7%)이 불법 소각이다.

불법소각과 관련해 행정당국이 2018년부터 작년까지 5년간 걷은 과태료는 5천880만원에 달한다.

충북도 관계자는 "고의는 아니겠지만 자칫 남의 산으로 불이 번지면 예기치 못한 곤욕을 치를 수 있는 만큼 논·밭두렁이나 쓰레기를 태우겠다며 불을 놓으려는 생각을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