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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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33)씨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도 공연 강행 의지를 이어가고 있다. ‘끝까지 책임지고 싶다’는 본인 의지에 따른 것인데 향후 양형 등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호중은 23~24일 열리는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김호중&프리마돈나’(이하 ‘슈퍼 클래식’)에도 예정대로 출연한다고 밝혔다. 위약금 등 문제가 공연 강행 의지를 드러내는 배경으로 꼽힌다.

소속사 측은 '돈 때문에 공연을 강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번 슈퍼클래식 공연에 김호중은 개런티 없이 출연한다"고 강조했다. 출연자 교체가 불가능하다는 공연 주관사 두미르의 결정에 어쩔 수 없이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호중은 뺑소니 사고 이후 열흘 동안 범행을 부인하며 예정된 공연을 강행한 바 있다. 강성 지지층에 기댄 비뚤어진 팬덤문화 역시 지금의 김호중 사태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다. 극성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김호중은 입건 중에도 공연을 강행할 수 있었다. 지난 19일 소속사를 통해 음주 사실을 인정할 당시에도 보도자료를 배포하기 전 팬카페에 먼저 심경을 밝히며 팬심에 기대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도 슈퍼클래식 공연을 예정대로 진행한 후 자숙하겠다는 입장이다.

손정혜 변호사는 22일 연합뉴스 TV 뉴스에 출연해 "이익 추구 행위가 양형에 불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손 변호사는 "과거 비슷한 사건 후 경제적 손해를 무마하려 하다가 징역 2년 실형이 나온 사례가 있다"면서 "조직적으로 증거 인멸하고 거짓말로 사안 모면하려 하면 구속뿐 아니라 징역형도 가능하다. 어제 경찰 조사에서 반성하고 자백했는지가 관건이다"라고 했다.

이어 "수사기관에 출석한 후 적극적으로 사과하는 메시지 있었다면 여론이 우호적으로 바뀔 수 있었겠지만 경찰 출석 때도 피해서 지하로 들어가고 나올 때도 기자들 카메라 앞에 서지 않으려고 대치하다 나왔다고 알려지지 않았나. 책임지지 않으려 한 점에 거센 비난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태도는 그 사람의 습관적인 걸 수도 있지만 팬이나 대중에게 자신이 기만한 행동, 거짓말, 조직적 회피 등과 관련해 진심 어린 태도로 절실하게 사과했어야 하는데 그런 태도가 읽히지 않았다. 이런 것들이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앵커의 '경찰 조사 시간이 3시간밖에 걸리지 않은 이유는 무엇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손 변호사는 "조서 열람까지 감안하면 짧게 끝난 셈이다. 2차 조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손 변호사는 "교통사고는 상해 피해가 명확하고 블랙박스나 CCTV 등 객관적인 증거가 있기 때문에 음주 여부에 주안점을 뒀을 것이다"라면서 "술의 종류나 양, 장소 옮긴 것, 동석자들 관련한 질문에 주안점을 뒀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자백해서 짧았는지 전부 부인했는지는 추후 확인될 것이다"라며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인지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다"라고 강조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날 오전 11시 15분께 김호중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 도주치상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6시께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이광득 생각엔터테인먼트 대표에 대해서는 범인도피교사 혐의, 본부장 A씨에 대해서는 증거인멸 등 혐의를 적용해 함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호중은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반대편 도로의 택시를 충돌하는 사고를 낸 뒤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사고 3시간 뒤 김호중의 매니저가 김호중의 옷을 입고 경찰을 찾아 자신이 사고를 냈다며 허위 진술하고, 소속사 본부장이 김호중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제거하는 등 이들이 조직적으로 범죄를 은닉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그 가운데 소속사 대표는 매니저에게 허위 자수를 지시한 것은 자신이며, 메모리카드 제거는 본부장 A씨 개인의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본부장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메모리카드의 행방을 묻는 말에 "삼켰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