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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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친윤계 재선의원들이 나경원 전 의원을 규탄하는 내용의 성명서 발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 초선의원 48명이 나 전 의원을 향해 “대통령과 참모를 갈라치면서 당내 갈등을 부추겼다”며 사과 촉구를 한 데 이어 재선의원들도 압박에 나서면서 나 전 의원의 입지가 더 좁아질 전망이다.

18일 친윤계 재선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초선의원들의 성명서 발표에 대해 “재선의원들의 생각도 비슷한 것으로 안다”며 “어제 초선의원들이 성명서를 발표한다고 해서 가만히 있었지만 나 전 의원이 다시 한번 비슷한 메시지를 내고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면 재선의원들도 (나 전 의원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선의원도 “윤석열 대통령이 어렵게 정권을 잡아 애쓰고 있는데 나 전 의원이 그런식으로 메시지를 내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나 전 의원이 계속 같은 행보를 보인다면 성명서 작성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나 전 의원의 행보가 부적절했다는 판단 아래 사과 혹은 입장 변화를 촉구하는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나 전 의원은 이날 별다른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출근길에서도 기자들과 만나 '전날 대통령실에서 해임은 진상 파악에 따른 거라고 반박한 데 대한 입장이 없나' 등의 질문에 답변없이 고개를 내저으며 차에 올랐다.

앞서 국민의힘 초선의원 48명은 전날 공동성명을 통해 “본인의 희망에 따라 맡겨진 2개의 장관급 자리를 무책임하게 수행한 데 대해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직접 책임을 물었는데도, 참모들의 이간계 탓으로 돌렸다”며 나 전 의원의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이어 “대통령과 참모를 갈라치면서 당내 갈등을 부추기고, 그 갈등을 자신의 전당대회 출마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건 20년 가까이 당에 몸담은 선배 정치인의 모습이라고 믿기 어렵다”며 사실상 전당대회 불출마를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친윤계 박수영·배현진 의원 등이 성명서 작성과 발표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초선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돌려 동참 여부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재선의원들은 초선의원들과 함께 지난해 8월 ‘이준석 사태’로 인한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과정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법원이 비대위 전환에 문제가 있다며 이준석 전 대표의 손을 들어주자 재선의원들은 선출된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하면 비대위 전환이 가능한 ‘비상상황’으로 규정한다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앞장서서 추인했다. 재선의원 중에서는 정점식·이철규·김정재 의원 등이 친윤 핵심 인사로 분류된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