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1시29분께 발생한 지진 이후 기상청 직원들이 지진 추이를 파악하고 있다. / 사진=기상청 제공
9일 오전 1시29분께 발생한 지진 이후 기상청 직원들이 지진 추이를 파악하고 있다. / 사진=기상청 제공
9일 새벽 인천 강화도 해상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한밤 수도권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월요일 출근을 앞둔 시민들은 새벽에 요란하게 울린 긴급 재난 문자 알림 탓에 잠을 깼다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28분 인천 강화군 서쪽 25㎞ 해역에서 규모 3.7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은 수도권뿐 아니라 강원 춘천에서도 감지됐으며 지진을 느꼈다는 신고만 100여건 넘게 접수됐다. 실제로 이날 소방당국이 접수한 지진 관련 신고는 경기 51건, 인천 35건, 서울 33건, 강원 1건 등이다.

규모 3.5 이상 지진은 지난해 10월29일 충북 괴산군에서 일어난 규모 4.1 지진 이후 70여일만이다. 이날 발생한 지진의 진원 깊이는 19㎞였다. 애초 지진 규모는 4.0으로 추정돼 기상청 지진 조기경보가 발표됐으나, 추가 분석을 거쳐 규모 3.7로 하향 조정됐다.

계기 진도(지진계에 기록된 관측값을 토대로 산출하는 흔들림 정도)는 인천 4, 서울·경기 3, 강원·세종·충남·충북 2로 나타났다. 계기 진도 4는 실내에서 많은 사람이 흔들림을 느끼고, 밤에 잠에서 깨기도 하는 정도다. 계기 진도 3은 건물 위층에서 현저하게 흔들림을 느끼고 정지한 차가 약간 흔들리는 정도다.

신고자들은 "방금 건물이 흔들렸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거나 "지진이 발생한 게 맞느냐"며 걱정했다. 이어 "온 가족의 휴대전화에서 재난 문자 알림이 울려 심장이 벌렁거렸다"고 불안해했다.

접경 지역인 탓에 최근 북한의 무인기 비행과 미사일 발사 때마다 노심초사한 강화도 주민들도 작지 않은 규모의 지진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또 인천과 가까운 서울과 경기뿐 아니라 춘천에서도 이번 지진이 감지됐다.

춘천에 사는 이모(33)씨는 "새벽에 깬 아이를 재우고 침대에 누운 지 얼마 되지 않아 좌우로 흔들림을 느꼈다"며 "경보가 울리지 않길래 '내가 잠시 어지러운 건가'라고 생각했는데 지진이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맘카페에는 지진 직후 "침대가 흔들렸다", "무서워 잠에서 깼다"는 게시글이나 댓글이 이어졌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오늘 지진과 관련한 신고 대부분은 '진동을 느꼈다'며 상황을 확인하는 전화였다"며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없다"고 말했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