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의 대면행사에 5만명 모여…안전요원 1천여명 인파관리
보신각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검은토끼의 해' 활짝
"10, 9, 8, 7, 6, 5, 4, 3, 2, 1.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3년 1월1일 0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제야의 종'이 힘차게 울려 퍼지자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하며 '검은 토끼의 해'를 맞이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 3년 만에 대면으로 열린 보신각 타종 행사에는 5만명(경찰 추산)이 모여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낸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했다.

서울 기온은 0도 안팎까지 떨어졌지만 시민들은 추위도 잊은 듯 한껏 들뜬 표정으로 덕담을 주고받으며 저마다 새해 소원도 빌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김민겸(35)씨는 "지난해 아이가 태어났다.

새 가족이 생긴 만큼 새해에는 주변도 챙기며 더 열심히 살기로 다짐했다"며 "토끼는 다산과 풍요를 상징한다고 하니 몸도 마음도 더 여유로워지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대전에서 타종행사를 보러 온 이혜경(44)씨는 "그저 가족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새해 소원을 빌었다.

8살 딸 아이에게 처음 보신각 타종행사를 보여주려고 왔다는 전혜빈(34)씨는 "새해에는 물가도 금리도 안정되고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좀 더 예측 가능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보신각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검은토끼의 해' 활짝
대학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경순(52)씨는 "코로나 때문에 그간 장사가 많이 어려웠는데 코로나가 끝나가는 만큼 제야의 종이 울리는 걸 보면서 새해에는 대박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보신각에 왔다"고 전했다.

158명의 안타까운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며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가길 염원하는 시민도 많았다.

가족과 보신각을 찾은 자영업자 길승진(40)씨는 "작년에는 사건·사고도 많고 정부 대처도 미흡해 아쉬웠다.

올해는 나라가 안정을 찾고 나쁜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했다.

직장인 김용우(35)씨는 "작년 코로나 제한이 많이 풀리면서 안타까운 사고도 잦았는데, 그런 사고 없이 모두 행복한 한 해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시민 대표 10명 등 14명이 새해 소망을 담아 모두 33번 종을 쳤다.

카타르 월드컵 16강의 주역인 조규성 선수와 폭우 때 배수구를 뚫어 시민들을 구한 최영진 씨,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영희 역으로 출연한 정은혜 미술작가 등이 시민 대표로 참여했다.

타종을 기다리는 동안 특설 무대에서 퓨전국악과 팝페라 공연이 펼쳐졌다.
보신각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검은토끼의 해' 활짝
경찰은 안전 관리를 위해 보신각 주변을 비롯한 주요 교차로에 교통경찰관 180여명을 배치했다.

서울시도 합동상황실 등 11개 부스와 차량 전광판 4개소를 설치하고 안전요원 1천여명을 투입했다.

경찰관들은 연신 호루라기를 불며 시민들을 보행로로 안내하고 인파가 한곳에 몰리지 않도록 했다.

시는 인파를 분산하기 위해 광화문광장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330인치짜리 스크린 전광판을 설치하고 타종 행사를 실시간 관람할 수 있게 했다.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전날 오후 9시부터 이날 오전 1시30분까지 보신각 일대 차로가 전면 통제됐다.

지하철 1호선은 전날 오후 11시부터 2시간 동안 종각역을 무정차 통과했다.

행사 후에는 귀갓길 편의를 위해 대중교통이 새벽 2시까지 연장 운영된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녹사평역 시민분향소에서 함께 새해를 맞았다.

이들은 "참사가 없었더라면 함께 새해를 맞이했을 사랑했던 이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시민분향소에서 새해를 맞는다"며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