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까지만 해도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은 2%였다. 보유 주택 수에 관계없이 과세표준 94억원을 초과하는 ‘슈퍼 부자’만 이 정도 세금을 냈다. 내년부터는 3주택자 이상은 보유 주택 합산가액이 12억원 초과~25억원(과표 기준)만 돼도 2% 세율이 적용된다. 과표가 클수록 세율은 더 높아져 최고 5%의 종부세가 부과된다. 1·2주택자와 3주택자 일부(과표 12억원 이하)의 종부세 부담이 완화되긴 했지만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여전히 ‘부동산 대못’이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종부세 완화에도 최고세율 5년前 2.5배…취득세·대출 족쇄 그대로

다주택자 징벌 과세 여전

다주택자를 겨냥한 종부세 중과세율이 도입된 건 2019년이다. 조정지역(서울과 수도권 일부) 내 2주택자 이상부터 0.6~3.2%의 세율을 적용했다. 1주택자 세율(0.5~2.7%)보다 높게 종부세를 매긴 것이다. 작년부터는 중과제도가 더 강화돼 1.2~6%로 높아졌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징벌적 종부세 완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중과세율을 폐지하고 주택 수가 아니라 주택가액에 따라 0.5~2.7%의 기본세율로 과세하는 세제개편안을 냈다. 하지만 야당이 반대하면서 원안을 관철하지 못했다. 그 결과 3주택 이상자는 과표 12억원 초과 시 2~5%의 중과세율로 세금을 내야 한다. 최고 세율은 올해보다 1%포인트 낮아지지만 5년 전(2%)과 비교하면 2.5배 높다.

종부세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 현실화 정책도 지난 정부의 ‘규제 강화’ 이전 수준엔 못 미친다. 국토교통부가 시세 반영률을 올해 71.5%에서 내년 69.0%로 낮추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2020년 수준으로 돌아가는 정도다. 2018년(68.1%)보다는 여전히 높다.

기본 소득세율 올라 1주택자도 부담

정부가 취득세율을 4주택 이상 소유자는 12%에서 6%로, 3주택자는 8%에서 4%로 낮추기로 한 것도 이전 수준에는 미달한다. 취득세 중과세율이 도입된 2020년 이전만 해도 주택 수에 관계없이 과표 구간에 따라 1~3%의 취득세만 내면 됐다. 즉 정부 대책이 원안대로 시행돼도 주택 매수자는 문재인 정부 이전에 비해 여전히 2~6배 높은 취득세를 내야 한다. 그나마 야당이 반대한다면 정부의 취득세 인하 방안이 실현될지도 불확실하다.

양도세는 정부가 다주택자 중과세율 배제를 1년 연장(2023년 5월→2024년 5월)하기로 하면서 어느 정도 규제가 완화된다. 3주택 이상 보유자의 양도세 최고세율도 82.5%(지방세 포함)에서 49.5%로 낮아진다.

하지만 이 역시 2017년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소득세 기본세율이 최고 44.0%에서 49.5%로 오른 탓이다. 애초에 기본세율을 적용받는 1주택자도 이로 인해 종전보다 세 부담이 커진다. 단기양도세율도 77%에서 49.5%로 낮아지지만 역시 2017년(44%)보다는 높다.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요건은 현 정부에서 아직 규제가 완화되지 않았다. 2018년까지만 해도 1가구1주택자는 10년의 보유기간을 충족하면 양도세를 80%까지 감면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2019년에 ‘2년 이상 거주’ 요건이 생겼고 작년부터는 보유·거주 기간에 따라 최고 40%씩 공제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까다로워졌다.

다주택자 LTV 70%→0→30%

정부는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은 30%까지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제 완화다. 하지만 2017년만 해도 LTV가 최대 70%였다. 현재 1주택자(최대 50%)와 비교해도 규제가 까다롭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대사업자제도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를 매입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종부세와 양도세 감면 등 세제 혜택도 부활한다. 하지만 4년 단기 임대사업자제도는 허용하지 않고, 신규 등록은 아파트 두 채 이상을 매입해 임대등록하는 경우만 허용하기로 했다.

모든 주택 보유자가 내는 재산세는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으로 부담이 완화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재산세율을 0.05%포인트 깎아주는 특례세율이 적용되는 데다 정부가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올해 45%에서 내년엔 더 낮추기로 해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