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입니다. 각종 시상식이 펼쳐지는 시기가 왔습니다. 벤처캐피털업계에도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상식이 열렸는데요. 대외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올해를 빛낸 투자업계 '스타'들이 있었습니다. '코리아 VC 어워즈 2022' 현장을 한경 긱스(Geeks)가 다녀왔습니다.
'투자 혹한기'에도 올해를 빛낸 VC 스타들은 누구? [긱스]
"229개 벤처캐피털(VC), 1467명의 투자 심사역, 2712명의 VC 직원들이 함께한 덕분에 벤처투자 생태계가 지금의 위치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유웅환 한국벤처투자 대표)

혹한기·겨울·빙하기라는 우울한 단어들 사이에서도 올 한 해 동안 벤처투자업계를 빛낸 운용사와 심사역이 나왔다. 올해는 역대급 '벤처 붐'이던 지난해 벤처투자금(7조6802억원)보단 투자금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23개를 보유한 '벤처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엔 올해도 VC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지난 13일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VC 어워즈 2022'엔 VC업계 관계자 300여 명이 모였다. 한 해 동안 VC업계 성과를 공유하고 유공자를 선정해 시상하는 자리로, 한국벤처투자가 주관한다. 2010년부터 진행된 이 행사는 올해로 13회째를 맞았다. 지난 두 차례 행사는 코로나19 상황 탓에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올해 최우수 운용사로 스톤브릿지벤처스가 선정됐다. 임정욱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장(왼쪽), 유승운 스톤브릿지벤처스 대표.
올해 최우수 운용사로 스톤브릿지벤처스가 선정됐다. 임정욱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장(왼쪽), 유승운 스톤브릿지벤처스 대표.

스톤브릿지벤처스, 올해 최우수 GP


올해 최우수 운용사로는 스톤브릿지벤처스가 선정됐다. 2017년 스톤브릿지캐피탈에서 분사해 설립된 스톤브릿지벤처스는 1조1400억원대의 자산을 운용하는 대형 VC다. 크래프톤, 직방, 우아한형제들, 지그재그, 스타일쉐어, 쏘카 등 굵직한 기업에 투자자로 참여했다. 누적 투자기업은 192개다.

올해도 혹한기 속에서 30여 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DPU(데이터 처리장치) 스타트업 망고부스트, 조각투자 플랫폼 '아트앤가이드' 운영사 열매컴퍼니, 대체 가죽 개발 회사 마이셀, 병원 정보 플랫폼 모두닥, 인공지능(AI) 기반 산업용 설비 예측 솔루션 원프레딕트 등 다양한 분야 스타트업이 스톤브릿지벤처스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유승운 스톤브릿지벤처스 대표는 "올해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큰 상을 받게 돼 기쁘다"며 "투자라는 게 한 사람이 아닌 모두가 이뤄낸 성과인 만큼 임직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큰 성과를 낸 미래창조-네이버 펀드에 메인 출자자로 참여해준 모태펀드에도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투자 혹한기'에도 올해를 빛낸 VC 스타들은 누구? [긱스]

최우수 펀드도 스톤브릿지가 '찜'


올해 최우수 펀드 역시 스톤브릿지벤처스의 손에서 나왔다. '미래창조 네이버-스톤브릿지 초기기업 투자조합'이 선정됐다. 최우수 펀드는 모태펀드 출자 벤처투자조합 중 정책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청산펀드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지난해 말 청산된 이 펀드는 2014년 250억원 규모로 결성돼 858억원의 회수 성적을 거뒀다. 청산수익률은 33.4%에 달한다. 지난해 청산된 벤처펀드 중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지난해 스톤브릿지벤처스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데 공이 큰 펀드였다. 스톤브릿지벤처스는 지난해 매출 424억원, 영업이익 27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각각 70%, 80% 이상 증가한 수치다.

펀드에 담긴 포트폴리오도 화려하다. 두나무, 우아한형제들, 직방, 펄어비스 등이 이 펀드를 통해 투자됐다. 지난해 상장한 원티드랩과 제주맥주 등도 이 펀드의 주요 포트폴리오 기업이다.

대표펀드매니저를 맡은 김일환 스톤브릿지벤처스 파트너는 "이 펀드를 통해 초기기업이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어서 영광스러웠다"며 "같이 투자에 나서준 인력들이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보람찼다"고 말했다.

한편 스톤브릿지벤처스는 이달 초 스톤브릿지성장디딤돌투자조합도 청산하며 3년 연속 펀드 청산을 이어갔다. 400억원을 투자해 1685억원을 회수하며 수익률 37.9%을 기록했다. 특히 이 펀드는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 출자한 벤처펀드 중 최고 수익률을 거뒀다. 2017년 결성된 이 펀드는 업계 관행과는 달리 30대 초반 심사역 3명에게 펀드 운용계획부터 LP마케팅, 투자 및 회수의 전권을 부여해 주목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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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우수 심사역은?

올해 우수한 투자 성과를 거둔 최우수 심사역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특허청 청장상 등 3개로 나눠 수여됐다.

중기부 장관상은 박선배 다올인베스트먼트 전무가 수상했다. 박 전무는 반도체, 소재, 바이오 분야에 주로 투자해왔다. 테라세미콘(OLED 장비), 크리스탈온(LED 웨이퍼 가공), 펩트론(바이오제약), 휴젤(보톡스), 액트로(휴대폰 부품), 엠플러스(배터리 제조 설비) 등이 주요 포트폴리오다.

박 전무는 "비전과 계획만 있던 회사가 투자를 통해 실행해나가면서 성과를 거둘 때 뿌듯함을 느낀다"며 "신진호 부회장, 김창규 사장께 영광을 돌린다"고 했다.

문체부 장관상은 최지현 일신창업투자 전무에게 돌아갔다. 최 전무는 문화콘텐츠가 전문 분야다. 드라마, 음악, 공연, 영화 등에 대한 폭넓은 투자를 통해 문화산업 전반의 질적 성장을 도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이시티(게임), 로커스(애니메이션), PMC프로덕션(공연), 명필름(영화) 등 콘텐츠 프로젝트 투자를 합쳐 총 1500억원가량의 투자를 집행했다.

최 전무는 "회사가 운용하는 펀드에 믿고 출자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아내와 자녀에게도 고맙다"고 했다.

특허청 청장상은 신가형 아이디벤처스 본부장이 받았다. 신 본부장은 특허, 지식재산권(IP) 분야 전문 심사역이다. 차별화된 기술과 특허를 보유한 스타트업을 다수 발굴해냈다. 총 3개, 688억원 규모 특허계정 펀드의 핵심운용역으로 애니톤사이언스, 래디센, 에이아이포켓 등에 투자를 집행했다. 또 IP 전략 수립이나 L/O, M&A 등 경영 컨설팅과 신규 투자 지원을 통해 투자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신 본부장은 "단순히 잘했다기보다는 앞으로 더 잘하라는 의미로 상을 받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한국 스타트업들의 역량이 점점 축적되고 있고, 이제는 글로벌 무대로 눈을 돌려야 할 때"라며 "그럴수록 IP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처음 신설된 최우수 관리역 부문엔 오경선 스틱벤처스 수석매니저가 선정됐다.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인 리스크 매니저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오 매니저는 "벤처 생태계가 발전할 수 있도록 뒤에서 열심히 서포트하겠다"고 말했다.

올해를 빛낸 투자기업은 맥스트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모태펀드에 많은 수익을 안겨준 기업에게 수여하는 '올해의 투자기업' 상에는 메타버스 회사 맥스트가 뽑혔다.

지난해 7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맥스트는 '따상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형성된 뒤 2거래일 연속 상한가)'을 기록했다. 공모주 청약 과정에서도 30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하며 지난해 기업공개(IPO) 시장 열풍을 이끌었다. 덕분에 이 회사에 투자한 VC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L&S벤처캐피탈, 인터베스트, DS자산운용 등이 이 회사에 베팅했다.
참, 한가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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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1세대' 안철수도 깜짝 등장

이날 행사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특별 강연자로 '깜짝' 등장했다. 안 의원은 1990년대에 안랩을 창업해 수천억원대 시가총액 회사로 키워낸 '벤처 1세대'로 불린다.

이날 안 의원은 '스타트업 성공의 3가지 키워드'라는 주제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지금 세계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인 미·중 패권전쟁은 사실 속을 들여다보면 '과학기술' 패권전쟁"이라며 "두 강대국 사이에서 한국이 끌려가지 않으려면 기술 중심의 창업을 독려하는 방식으로 생존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첫 번재 키워드로 '자유'를 들었다. 한국 경제구조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관치경제 탓에 정부는 대기업의 자유를 빼앗고, 신자유주의로 인해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자유를 빼앗는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한국은 관치경제와 신자유주의의 단점만 골라 취한 최악의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며 "기업의 활력은 점점 떨어지고 규제는 계속 늘어난다"고 말했다.

두 번째 키워드로는 '공정'을 꼽았다. 안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11년 거대 석유기업이던 미국 스탠더드오일이 34개 회사로 쪼개진 사례를 언급했다. 한국 공정위에도 기업 분할 권한을 줘야 기업 간의 공정 경쟁이 가능해진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도 다른 정부 기관에 휘둘리지 않도록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공정위 위원들의 임기를 대통령보다 늘리는 게 필요하다"면서 "또 공정위 판결 과정에 모두가 승복할 수 있도록 회의록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마지막 키워드로는 '사회적 안전망'이었다. 사회가 실패를 중요한 경험으로 여기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봤다. 안 의원은 "미국 실리콘밸리는 성공의 요람이 아닌 '실패의 요람'"이라며 "실패를 일종의 사회 자산으로 축적하는 문화가 뒷받침될 때 창의력이 발휘되는 나라가 된다"고 설명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