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빠른 것도 독"…느리지만 '레이어'로 발전하는 비트코인 [한경 코알라]
"너무 빠른 것도 독"…느리지만 '레이어'로 발전하는 비트코인 [한경 코알라]
11월 28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주 3회 아침 발행하는 코알라를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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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이른 메타버스

페이스북 모기업인 메타의 주가하락 폭이 심상치 않다. 메타는 올해 미국 연준의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기술주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실망스러운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 하락폭이 유독 가팔랐다. 올해 2~3분기 연속 매출 감소를 기록한 데다 4분기 실적 전망치도 시장 전망치를 하회했다. 메타와 함께 미국 5대 기술주로 꼽히는 애플(-21.79%), 아마존(-46.44%), MS(-14.81%), 알파벳(-42.29%) 역시 올해 큰 폭으로 주가가 떨어졌지만 메타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메타는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를 미래 먹거리로 보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메타버스 구축에 투입하는 막대한 비용을 우려하고 있다. 메타에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부문을 담당하는 리얼리티랩스 사업부는 올해에만 94억달러 손실을 낸 것으로 집계된다. 또 메타는 매년 이 사업 부문의 손실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메타가 야심차게 내놓은 신형 VR 헤드셋, ‘메타 퀘스트 프로’는 여러 기능 면에서 이전 모델에 비해 개선되었다는 리뷰가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가장 중요한 부분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혹평이 많다. 바로 “오랜 시간 사용시 불편”하다는 것이다. 커다란 헤드셋을 머리 위에 이고 시선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장시간 무언가에 집중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레디 플레이어 원’, ‘서로게이트’ 같은 영화에서는 너무나도 흥미로워 보였던 가상현실 세계가 현실에서는 그다지 구미가 당기지 않는 이유다.

혹시 가상현실 세계를 구현하려는 메타의 시도가 너무 이른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신기술이 너무 빨리 등장했을때 나타나는 부작용은 미국의 자동차 산업의 사례를 통해 엿볼 수 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은 컨베이어벨트 대량생산 방식의 도입과 함께 생겨나 1890년대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했다. 1895년에 처음 설립된 Duryea 사를 시작으로 미국 전역에는 1900개의 자동차 제조업체가 생겨나 경쟁했다. 이들이 생산하는 자동차 품종만 3000종이 넘었다.

이렇게 많은 제조업체들이 지금은 대부분 사라지고 단 3개만 남았는데 (포드, 크라이슬러, GM), 여기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1900개의 각기 다른 회사가 만들어내는 자동차를 소비할만큼 큰 시장이 존재하지 않았다. 당시 일반 사람들은 주로 물건을 옮기는 용도로 마차를 이용했기 때문에 자동차에도 같은 역할을 기대했다. 그러나 자동차는 아직 엔진 기술이 미성숙해 대량 운반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에 산업용도로 큰 가치가 없었고 ‘귀족’들만이 마차를 대신해 타고 다니는 용도에 불과했다. 당시 자동차 가격이 워낙에 비쌌기 때문에 서민들이 이용하지 못한 영향도 크다. 1897년에는 전기차가 나왔으나, 당시 전기 충전은 석유 가격보다 부담스러웠고, 충전 시간도 너무 오래 걸렸다. 따라서 100년 전 전기차는 더 대중화되기 힘든 상황이었다.

둘째, 많은 자동차가 다닐만한 도로도 주유소도 존재하지 않았다. 즉, 충분한 시장과 인프라가 없었던 것이다. 20세기 초 미국의 도로는 포장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차가 다니기 어려웠다. 말이 끄는 마차가 여전히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를 다니는데는 훨씬 더 용이했으며 도시간 장거리 이동엔 철도나 수로가 편했다. 운전중 기름이 떨어지면 들를 수 있는 주유소는 1905년 세인트루이스에 처음 지어졌다. 그 후로 15년이 지난 1920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전국에 1만5000개의 주유소가 설치됐다. 그동안 자동차 운행이 얼마나 불편했을지 상상이 간다.

1800년대 후반, 말이나 당나귀가 끌지 않아도 저절로 가는 마차의 등장은 분명 엄청난 혁신이었다. 새로운 기회를 포착한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에 나섰지만 아직 기술이 대중화 되기에는 너무 이른 시점이었던 것이 문제였다. 결국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1900개의 기업들은 점차 사라져 1930년대 대공황 이후에는 단 8개만 남았고 1960년대에는 지금의 ‘빅 쓰리’ 체제가 공고해졌다. “너무 빠른것도 독이다” 라는 말이 떠오르는 역사의 한 장면이다.

웹 3.0에서도 반복되는 실수

아쉬운 점은 내가 몸담고 있는 암호화폐 산업도 이런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여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다른 사례를 찾아보자. 1998년 11월, 샌프란시스코에 설립된 펫츠닷컴은 회사 이름 그대로 ‘애완동물을 위한 모든 것'을 파는 서비스였다. 이들이 보기에 기존 애견용품 회사들은 확고한 브랜드 없이 오프라인 매장에만 의존하는 구시대적 유물이었다. 그래서 이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온라인 회사를 표방한 것이다. 펫츠닷컴의 비전에 홀려 돈을 집어넣은 곳은 한둘이 아니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도 펫츠닷컴에 투자했을 정도니 말이다.

펫츠닷컴은 전형적인 ‘속 빈 강정 형’ 기업이었다. 원가의 40%에서 70% 가격으로 물건을 팔아 매출이 오를수록 손실이 쌓였다. 그러면서 광고에는 쓸데없이 막대한 비용을 지출했다. 2000년 1월에는 비싸기로 유명한 슈퍼볼 황금시간대에 티비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한다는 이유로 유명 광고회사에 큰 돈을 주고 양말 인형 (Sock Puppet)이라는 캐릭터를 만들기도 했다. 이 양말 인형은 한때 거의 연예인급 인기를 구가했다. 굿모닝 아메리카(Good Morning America)에 등장했고, 피플(People)지와도 인터뷰를 했으니 말이다.

이렇게 양말 인형은 사람들의 호감을 사는 데는 성공하였지만, 양말 인형의 인기가 펫츠닷컴의 매출증가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2000년이 시작될 즈음 펫츠닷컴의 월간 방문객은 백만 명도 채 되지 않았다. 아직 사람들이 온라인 쇼핑에 익숙하지 않았을 뿐더러 결제나 배송 인프라도 잘 갖추어지지 않아 오히려 오프라인 쇼핑보다 불편했다. 충분한 수요가 발생할 수 있는 규모있는 시장, 그리고 안정적인 서비스 확장이 가능한 잘 갖춰진 인프라가 없었던 것이다.

2000년 2월 펫츠닷컴은 기업공개를 통해 나스닥에 상장하였고 무려 990억 원을 조달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그로부터 불과 9개월 뒤인 2000년 11월, 펫츠닷컴은 파산을 신청하고 말았다. 창업 후 겨우 2년만에 아마존의 투자를 유치하고 나스닥에까지 상장하며 성공가도를 달리던 ‘닷컴 벤처기업의 신화'는 세상에 등장할 때처럼 빠르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암호화폐 투자자라면 화려하게 증시에 상장한 뒤 빠르게 사라진 ‘펫츠닷컴'의 스토리를 듣고 연상되는 것이 있다. 바로 NFT(Non-Fungibal Token)이다. 암호화폐 시장의 흥행이 정점에 달하던 2022년 1월만 하더라도 전체 NFT 시장의 시가총액은 45억 달러를 기록했으나, 2022년 8월에는 7억5000만 달러로 약 반년 만에 거의 6분의 1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NFT 중에서도 특히나 큰 인기를 끌었던 PFP(Profile Picture, 트위터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 쓰일 용도로 만들어진 개성있는 디지털 아트)는 따지고 보면 아무런 사용성이 없는 디지털 인증서에 불과하지만 ‘그림이 독특해서', 또는 ‘유명인이 투자에 참가해서' 등의 이유로 발행되는 것마다 천정부지로 가격이 치솟던 때가 있었다.

따지고 보면 PFP NFT에는 한 가지 확실한 기능이 있긴 하다. 바로 남들에게 자신의 재력과 쿨함을 함께 과시할 수 있는 기능이다. 암호화폐 시장에는 순식간에 벼락부자가 된 젊은 투자자들이 특히 많았기 때문에 이런 Hype(뽐냄, 과시함)이 더욱 큰 규모로 형성될 수 있었다. 유명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이 서로 SNS에 자신이 구매한 NFT를 포스팅하여 자랑하자 그 ‘쿨함'에 편승하려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해당 NFT를 구매했고 가격은 그렇게 하늘 높은줄 모르고 올랐다. 그러나 이런 것들의 문제는 언제나 상승장이 끝났을때 발생한다. 미국 연준이 비둘기 모드에서 매파 모드로 전환하여 기준금리를 올리자 암호화폐와 NFT 가격은 속절없이 떨어졌다. 돈이 많은 부자들이야 “언젠가 다시 오르겠지”라는 마음으로 버틸 수 있지만 순진한 마음으로 뒤늦게 NFT 투자에 뛰어든 일반인들은 그러기 쉽지 않은것이 사실이다.

암호화폐 시장에는 이런 일이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다. 2017년 ICO (Initial Coin Offering, 암호화폐를 일반투자자에게 판매하는 행위)가 인기를 끌었을 때는 수많은 토큰 프로젝트들이 나타났다가 몇 년 사이 대부분 사라졌고, 2020년 디파이 열풍 때는 수많은 디파이 서비스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으나 역시 대부분 사라지게 된다. 너무 빠른 것은 독이다. 토큰과 디파이, 그리고 NFT 모두 아직 그것을 수용할만한 충분한 인프라와 규제환경이 부족한 상황에서 너무 빨리 세상에 등장했다. 아직 별 쓸모도 없고 실용성도 부족한 기술에 과도한 기대감이 얹어지면 거품이 형성된다. 그러면 온갖 마케팅이 동원되어 순진한 일반 투자자들을 현혹한다. 2000년대 초반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했던 ‘닷컴버블’은 이제 ‘메타버스’, ‘웹 3.0’으로 모습을 바꿔 돌아와 우리들을 여전히 현혹하고 있다.

비트코인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

현재 웹 3.0 생태계에서 이더리움을 비롯한 3세대 블록체인들이 비트코인 네트워크보다 더 많이 활용되는 이유는 토큰 발행, 스마트컨트랙, 디파이, 그리고 NFT 등 다양한 부가 기능들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많은 자금이 몰리고 다양한 서비스들이 이더리움 블록체인 위에 만들어지고 있지만, 진정 웹 3.0의 올바른 방향인지는 의문이 남는다. 왜냐하면 이러한 부가기능들은 필연적으로 탈중앙성을 어느정도 포기해야만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더리움은 다양한 서비스들이 가동되도록 하기 위해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블록을 만들고 검증할 노드는 엄청난 고사양 컴퓨터를 이용해야 하며 이는 노드의 집중화로 이어진다. 소수의 노드가 의사결정을 관장하는 블록체인은 탈중앙화된 네트워크로 볼 수 없다. 중앙화와 탈중앙화 사이에서 애매한 포지션을 취하는 기술은 대중에게 선택받지 못할 것이다.

그동안 인류의 삶을 개선시키는데 공헌했던 혁신적 기술은 항상 레이어 구조로 진화했다. 인터넷은 TCP/IP 프로토콜을 기준으로 총 4개의 레이어가 존재한다. 1층이 광케이블 등 물리적으로 데이터가 전송될 수 있는 인프라 레이어라면, 2층부터 4층까지는 데이터가 전송되고 저장되는데 필요한 각종 표준 규약이 정의된다. 그리고 그 위에 ‘애플리케이션 레이어’라고 하는 우리가 매일같이 사용하는 인터넷 서비스들이 만들어져 올라갔다. 즉, 어떤 기술이 대중화 되려면 일단 변하지 않는 안정적인 인프라가 깔려야 하며, 그 위에 사용자들에게 꼭 필요한 기능들이 하나하나 얹어져야 최종적으로 우리의 삶을 개선시킬 좋은 서비스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핵심 기능은 검열 저항성이다. 비트코인은 현존하는 블록체인 중 가장 탈중앙화된 네트워크로서 정부나 기업들의 검열과 규제의 영향에서 자유롭다. 별도의 운영 기관 없이 완전히 노드들의 자발적인 참여로만 유지되고 운영되기 때문에 특정 그룹의 입맛에 따라 정보를 통제하는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이 위에 개발된 서비스들은 정부나 기업들의 검열과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비트코인 위에 트위터를 만들면 운영 기준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계정이 정지되는 일을 피할수 있고, 유튜브를 만들면 동영상 내용이 부적절하다며 ‘노딱'이 붙는 일을 방지할수 있는 것이다. 네트워크 자체가 특정 그룹의 지배를 받는것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도 자기 입맛대로 운영할수 없다는 점이 중요하다.

비트코인 네트워크도 레이어 형태로 발전되고 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이미 비트코인의 트랜잭션 전송 속도를 신용카드 이상으로 빠르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현재 전 트위터 CEO인 잭 도시가 이끄는 ‘블록’은 탈중앙 신원증명 시스템인 ‘DID’와 탈중앙 거래 시스템 ‘TBDex’ 등의 프로토콜을 비트코인 네트워크 위에 건설하는 중이다. 이런 기능들이 앞으로 비트코인 위에 어떤 애플리케이션을 탄생시키게 될지 아직은 불확실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다른 어떤 블록체인이나 웹 3.0 프로젝트보다도 이미 그 가능성을 입증한 인터넷 프로토콜과 유사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백훈종 샌드뱅크 COO는…

안전한 크립토 투자 앱 샌드뱅크(Sandbank)의 공동 창업자 겸 COO이자 "웹3.0 사용설명서"의 저자이다. 가상자산의 주류 금융시장 편입을 믿고 다양한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샌드뱅크를 만들었다. 국내에 올바르고 성숙한 가상자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매스컴에 출연하여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