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단체' 활동 전력 벤-그비르…"아랍계 추방" 발언으로 논란
팔레스타인 "재앙적 영향 미칠 수 있어" 비판
재집권 앞둔 네타냐후, 극우 연정 파트너에 '국가안보장관'
지난 1일 치러진 총선을 통해 재집권을 눈앞에 둔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가 극우 성향 정치인인 이타마르 벤-그비르에게 경찰과 국경수비대까지 관할하는 신설 장관직을 주기로 했다.

27일(현지시간) 일간 하레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네타냐후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정당 리쿠드당과 극우 정당 오츠마 예후디트는 이런 내용을 담은 연정 구성 합의서에 서명했다.

합의에 따라 오츠마 예후디트는 네타냐후 주도의 차기 연정에서 경찰과 국경 경찰을 관할하는 국가안보장관,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 정책을 관할하는 네게브·갈릴리 개발 장관, 유무형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교육 시스템 등에 동화시키는 유산장관직을 할당받았다.

신설되는 국가안보장관직은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의 공통성지로 종교 분쟁이 끊이지 않는 동예루살렘을 비롯해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의 치안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로 오츠마 예후디트의 대표인 벤-그비르가 맡게 된다.

국제사회가 불법으로 규정한 정착촌 출신으로 극우 정치인과 활동가들의 변호를 도맡았던 벤-그비르는 미국으로부터 테러 단체로 지목된 극우 정당 카흐(Kach) 활동을 이어왔고, 그 이념을 계승해 오츠마 예후디트를 창당했다.

그는 2019년 총선 당시 "이스라엘에 충성하지 않는 아랍계를 추방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고, 작년에는 비무장 상태의 아랍계 경비와 주차 시비 끝에 총을 꺼내 들고 위협하는 영상이 유포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재집권 앞둔 네타냐후, 극우 연정 파트너에 '국가안보장관'
이처럼 팔레스타인을 배척하는 인물이 네타냐후 주도의 차기 정부에서 핵심 장관직을 맡게 되면서 팔레스타인과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분쟁 전문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ICG)의 이스라엘 전문가인 마이라브 존스제인 수석 애널리스트는 로이터 통신에 "벤-그비르의 치안권 장악은 이스라엘군의 실효적 통제하에 있던 서안에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안의 국경 경찰 관할권을 벤-그비르에게 준 것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경계를 흐릿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외무부도 벤-그비르를 국가안보 장관으로 임명한 것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재앙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 정파 하마스의 하젬 카셈 대변인은 "네타냐후와 벤-그비르의 합의는 차기 이스라엘 정부가 더 파시스트적이고 극단적일 것이라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총선에서 전체 120석의 의석 가운데 32석을 차지한 네타냐후의 리쿠드당은 벤-그비르와 함께 독실한 시오니즘당을 이끄는 또 다른 극우 정치인 베잘렐 스모트리히,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인 샤스, 보수 유대 정치연합인 토라유대주의연합(UTJ) 등과도 연정 협상을 통해 우파 연립정부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