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이 16일 반도체 국제학술대회(KISM 2022)가 열린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제공
박형준 부산시장이 16일 반도체 국제학술대회(KISM 2022)가 열린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제공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은 미래 반도체 시장의 패권이 걸린 문제입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기차, 자율주행차 시대에 차량용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팹 확보 여부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키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차량용 반도체 팹의 국내 설립을 위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박 시장은 “국내에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국회가 합심해 획기적인 지원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차를 둘러싼 글로벌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차량용 반도체는 ‘미래 먹거리’의 하나로 몸값을 높이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는 기술 난도가 낮은 레거시(구형) 공정에서 생산된 반도체가 주로 들어갔다. 그러나 자율주행차엔 초미세공정을 거친 첨단 반도체가 필요하다. 차량의 두뇌 역할을 할 반도체 성능이 곧 운전자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향후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함께 대담에 나선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내연기관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200~400개 수준이지만 레벨3 자율주행차엔 2000개 이상의 반도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국내에도 반도체 업체와 자동차 기업, 부품업계를 아우르는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를 새롭게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0배 이상 성장이 기대되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필요성을 간과하는 것은 K반도체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며 “코로나19 사태 당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완성차 생산에 차질을 빚은 사례가 있었던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 미래차 산업을 주도하기 위해서라도 반도체업계와 자동차업계가 함께하는 새로운 공급망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파격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게 박 시장의 지적이다. 그는 “미국과 유럽, 대만, 중국, 일본 등은 자국에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 팹을 짓는 기업에 투자액의 40% 이상을 지원하는 통 큰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학회장도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 팹(300㎜ 웨이퍼 기준, 연간 3만 장 생산)을 건설하기 위해선 최소 8조원가량의 투자비가 필요한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이 없다면 기업 입장에선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공감을 나타냈다.

박 시장은 “우리나라 정부는 차량용 반도체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대기업에 대한 지원을 하나의 특혜로 보는 시선 탓에 국회에서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 반도체 업체가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비용과 세제 혜택, 토지 무상 임대, 전력·용수 지원 등 여러 방면에서 획기적인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부산이 차량용 반도체 투자의 최적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수도권에서는 용지 개발부터 시작해 가동에 7년이라는 긴 세월이 필요하다”며 “자동차산업 생태계의 중심인 부산에선 9만9000㎡ 이상 부지와 각종 인프라가 구축돼 있어 2년 정도면 팹을 지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시 차원에서도 8000억원 이상의 투자액 지원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시는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 구축을 위한 인프라 확대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시는 2025년까지 1511억원을 투입해 기장군 동남권 방사선의과학 산단에 파워반도체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했다.

박 시장은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정부 지원이 확정된다면 국내 대기업 투자가 부산에 이뤄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기대했다.

부산=배성수/민건태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