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반기 ‘풀 가동’ 상태였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DB하이텍의 충북 음성 상우공장 가동률은 올해 3분기 92.6%로 떨어졌다. 작년에는 밀려드는 주문으로 긴급고객용 예비설비까지 돌렸는데 최근에는 라인 운용에 여유가 생겼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주문을 취소하는 고객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줄 세워 주문받던 시기 끝났다"…2년만에 저무는 파운드리 호황
1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약 2년간 이어진 세계 파운드리산업의 슈퍼 호황이 끝나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정보기술(IT) 기기 판매 증가로 폭발한 반도체 수요가 최근 눈에 띄게 감소했다. 고객사가 파운드리 업체에 30% 넘는 웃돈을 얹어줘도 라인 배정까지 1년 이상 기다려야 했던 지난해와는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주요 고객사인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의 ‘오더 컷(주문량 축소)’ 사례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세계 파운드리 1위 업체 대만 TSMC도 이 같은 흐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는 최근 “TSMC의 최첨단 공정 고객사(애플)가 주문량의 40~50%를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파운드리 공장 가동률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는 “주문 폭주로 지난해 3분기 99.2%에 달했던 전 세계 파운드리 공장 가동률이 1년 만에 90.3%로 하락했다”며 “올해 4분기에는 86%대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UMC 등 파운드리 업체는 투자를 연기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파운드리 업황이 완연한 하향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때 함께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정수/배성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