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즈(GF)는 지난 12일 고용 동결과 감원을 직원들에게 전격 통보했다.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실적을 공개한 직후 벌어진 일이라 충격은 더 컸다. 토머스 콜필드 GF 최고경영자(CEO)는 “내년 상반기 예약 물량을 줄여달라는 고객들의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며 “2억달러(약 2700억원) 규모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4분기에도 수요 약세 지속돼 역풍”

TSMC마저 대규모 '오더 컷'…세계 파운드리 가동률 10%P 급락
1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파운드리업체들이 비용 절감과 투자 축소 및 연기에 나서고 있다. 세계 1위 파운드리업체인 대만 TSMC가 올해 시설투자액을 9.1% 하향 조정한 데 이어 세계 3위 UMC도 시설투자 규모를 36억달러에서 30억달러로 16.7% 줄였다.

제이슨 왕 UMC CEO는 지난달 26일 기업설명회에서 “반도체 주문이 최근 몇 개월 동안 급감했다”며 “4분기에도 수요 약세가 지속돼 (실적에)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2위, 세계 10위권 파운드리업체인 DB하이텍은 생산능력을 월 15만 장(웨이퍼 투입량 기준)으로 끌어올리는 시기를 올해 말에서 내년 상반기로 늦췄다. 현재 생산능력은 월 13만8000장이다. 반도체 장비 확보가 쉽지 않고 주문도 작년만큼 들어오지 않고 있어서다.

스마트폰, 서버용 칩 중심 주문 감소

파운드리 업황 위축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의 정보기술(IT) 기기 수요 감소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세계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강력한 코로나19 봉쇄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스마트폰·PC·가전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10% 이상 급감했다.

이로 인해 애플 등 스마트폰업체들과 TV·PC 제조사들의 반도체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 파운드리 대형 고객인 애플은 중국 정저우 공장 봉쇄로 이달 아이폰14 생산량이 30% 급감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만큼 아이폰14에 들어가는 반도체 물량이 감소하고, 파운드리 일감도 줄어들게 된다.

최근엔 서버용 칩의 위탁생산 물량도 급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적 둔화로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 투자를 축소하면서 서버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서버에 들어가는 중앙처리장치(CPU) 칩은 미국 AMD 등 파운드리 대형 고객의 주력 제품이다.

당장 영향 크지 않아…내년이 걱정

파운드리 업황 둔화가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주 산업인 파운드리의 특성상 향후 두세 분기 실적은 그동안 받아놓은 주문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년 2분기 이후다. 세계 2위 파운드리업체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분기보고서에서 파운드리 업황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 회사는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이전 대비 다소 완만한 성장세가 예상된다”며 “악조건 속에서도 지속적인 수요 확보, 가격 정책, 기술경쟁력 강화, 수율 개선 등의 노력으로 이슈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4위권 업체에선 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데이브 리더 GF 최고재무책임자는 12일 투자자 대상 설명회에서 “2023년에는 칩 수요가 둔화할 것”이라며 “올 4분기에는 회사의 매출이 소폭 증가하거나 증가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