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G 5분과 '기업가 정신’ 발표
지속가능성 고려해야 소셜벤처 생존해
산업 생태계 선순환 구조 마련 돼야
한양대, 16주 단위 소셜벤처 프로그램 구축
"학생들 현장에 연결시키는 건 대학 몫"
수퍼빈, 이노마드는 성공 경험 나눠
박영렬 연세대 글로벌사회공헌원 원장은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2 글로벌 ESG포럼 with SDG(지속가능 발전 목표)’ 행사에서 ‘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박 원장은 시장성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벤처기업인 '소설벤처'에 중점을 두고 SDG의 실현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펼쳤다.
박 원장은 지금이 SDG 성취를 고민해야 할 적기임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 인류는 2차 세계때전 이후 겪어보지 못한 위기에 봉착했다”며 “지정학적 위기, 기후변화, 생물 다양성 손실 등의 복합 위기로 인한 대전환 시대에 와 있다”고 진단했다. 여러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 전세계를 휩쓸면서 SDG 실현을 위한 노력들이 지난 2년간 성과를 내기 어려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원장은 이러한 위기를 해결하는 데에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만들어내는 소셜벤처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소셜벤처들의 성공·실패 사례들을 소개하며 지속가능한 환경과 사업모델을 제공했던 기업들이 성공이란 결실을 얻었음을 지적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갖고 소셜벤처 사업을 시작하지만 아이디어가 쉽게 모방되면 지속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우리 사회가 고용도 더 창출하고 더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소셜벤처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며 “임팩트 투자 활성화, 사회적 가치평가, 사회적 기업의 출현 및 성장, 사회적 영향력 확산 등으로 SDG가 달성되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 지원이 소셜벤처 생태계 형성에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지만 아직 그 영향력의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토론 시간엔 대학에서 현장과 연계한 16주 단위 소셜벤처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한 김우승 한양대 총장과 청년 기업가 2인이 소셜벤처 생태계 발전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김 총장은 "SDG 측면에서 대학 교육은 확장성을 살려 학생들을 사회 문제와 산업에 노출 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학생들이 다루는 과제들을 현장과 어떻게 연결시킬지는 결국 대학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도시 공동체 활성화와 서울시 주거 환경 개선 사업에 기여하는 소셜벤처 '리빙랩', 인공지능(AI) 기반 수학문제 풀이 서비스 '매스프레소', 비대면 의료 플랫폼 '닥터나우' 등이 한양대를 거쳐간 소셜벤처 사례로 언급됐다. 특히 닥터나우는 재학 중인 학생이 창업해 코로나19 유행으로 의료 인프라 문제가 드러났던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한 소셜벤처 사례로 평가됐다.
수퍼빈의 김정빈 대표는 소셜벤처가 다뤄야 할 쟁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소개했다. 수퍼빈은 AI를 적용한 산업용 로봇을 이용해 폐기물 수거 사업을 하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 평가 받은 기업 가치는 약 2000억원에 달한다. 김 대표는 “이 문제가 지속적인지, 다수에 영향을 미치는지, 구조적으로 해결 가능한지를 봐야 한다"며 “기존 기업들과 시장에서 경쟁할 게 아니라 성숙화된 사회에서 나타난 사회 문제를 시장에서 해결하겠다는 데에 목표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자본주의가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소셜벤처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와 공략 가능한 시장이 있다고 봤다. 그는 “생산에서 소비로 이어지는 일방향적인 선형경제는 끝(end-game)에 다다랐다”며 “생산자가 소비자가 되는 순환경제가 재정의 되면서 스타트업들이 활약할 기회가 생겼다”고도 말했다. “노동, 자본 공급자만이 아닌 사회 인프라 등 공공재에 대한 기업의 역할을 찾아오라는 게 지금 자본의 요구”라고도 덧붙였다.
박혜린 이노마드 대표는 소셜벤처 사업의 확장성에 대해 다뤘다. 이노마드는 휴대용 물병 크기 만한 수력 발전기를 판매하는 업체다. 2017년 제품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이 2만5000대에 달한다. 박 대표는 “처음엔 수력 발전기 제품을 야외 활동이 잦은 3040 남성이 자주 구매했지만 나중엔 교육용 콘텐츠나 에너지 경험재로 제품에 대한 기대가 확장됐다”며 “소셜 벤처가 내놓는 상품들과 산업 생태계가 연결돼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 있는 접점들이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