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실 공룡’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에 매각하기로 했다. 빠른 매각만이 혈세 연명의 악순환을 끊어낼 유일한 길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약 12조원의 공적자금을 수혈받아 20여 년을 버텨온 대우조선은 방만 경영과 분식회계, 횡령 등으로 얼룩져 ‘주인 없는 회사’의 전형이었다. 한화의 인수가 성공하면 대우조선은 21년 만에 새 주인을 맞는다.

산업은행은 2조원의 대우조선 유상증자에 한화그룹이 참여해 지분 49.3%와 경영권을 갖는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 현대중공업그룹으로의 매각이 실패한 뒤 9개월여 만이다. 한화는 2008년 6조3000억여원에 대우조선 인수에 나섰다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져 포기한 적이 있다.

정부가 대우조선 처리를 신속하게 매듭짓겠다고 나선 것은 바람직하다. 강석훈 산은 회장의 말처럼 대우조선은 자생력이 없는 데다 산은 체제 아래서는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등 근본적인 경쟁력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주인 찾기’가 시급한 과제다. 상선과 방산(군함·잠수함) 부문의 분리가 쉽지 않고, 반대 목소리가 컸다는 점을 감안하면 통매각도 적절한 결정이다. 대우조선을 품으면 육·해·공 통합 방산 사업구조를 완성하는 것은 물론 액화천연가스(LNG) 분야에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한화의 통 큰 결정도 돋보인다.

다만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조선 빅3 체제’가 유지된다는 점은 조선업계에 부담이다. 중국 등의 추격에 공멸 우려가 커지면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의 빅3 체제를 빅2로 재편해야 한다는 데 업계의 공감대가 이뤄져 있다. 하지만 민간 기업 두 곳과 공기업 한 곳의 불공정 경쟁 탓에 시장이 왜곡돼 빅3 모두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 벗어나게 됐다는 업계의 반응에도 귀 기울일 만하다. 시장 논리에 따라 생존과 퇴출이 결정되는 시스템이 자리 잡을 수 있어서다. 헐값 매각 논란이 불거질 수 있지만, 부실 공기업을 방치해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보다는 낫다. 대우조선은 10년 누적 손실이 8조원에 달하고, 부채비율도 670%에 이른다.

문제는 강성 노조다. 14년 전 대우조선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였던 한화는 노조의 저지로 현장 실사도 못 했다. 노조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매각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