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택시 정류장 설치 여부가 건물 가치를 결정할 것입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18일 “현재는 1층 스타벅스 입주가 건물 가치를 높이지만 미래엔 옥상 활용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건물 옥상의 가치는 도심항공교통(Urban Air Mobility), 즉 UAM 상용화 전후로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UAM은 교통이 혼잡한 도심에서 중소형 헬기나 드론 등을 통해 사람과 화물을 운송하는 미래형 운송수단이다. 수직으로 뜨고 내려 활주로가 필요 없다는 게 장점이지만, 정거장 역할을 하는 수직이착륙장 ‘버티포트’가 필수다. 땅값이 비싼 도심에선 고층 건물의 옥상이 버티포트로 활용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고 본부장은 “UAM은 안전 때문에 빌딩이 빽빽이 들어찬 곳엔 정류장을 설치하기 어렵다”며 “주변에 충분한 공간이 있는 빌딩은 도심에서 생각보다 많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의 옥상 확보 경쟁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발 빠른 투자자들은 주요 도심에 있는 건물 옥상 선점에 나섰다. 옥상 사용권을 건물주에게 따낸 뒤 이를 다시 UAM 사업자에게 되파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우버는 부동산 개발사와 손잡고 고층빌딩 옥상을 UAM 이착륙 거점으로 활용하는 ‘스카이포트’ 전략 투자사업을 하고 있다.

국내 기업 역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설계부터 UAM 정거장을 염두에 둔 건물을 짓기도 한다. 현대건설은 남대문로 밀레니엄힐튼서울호텔을 허물고 짓는 새 건물 옥상에 UAM 이착륙장을 설치하기로 했다. 대우건설은 남해 도서지역에서 버티포트 개발을 위한 현장 물색에 나서고 있다. 섬 간 이동을 위한 운송 시설을 짓는데, 섬 내부에 있는 건물 옥상이 정거장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GS칼텍스는 주유소 지붕을 UAM 이착륙장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주유소는 터가 넓은 데다 지붕이 일정한 경사로 높게 조성돼 비행체가 이착륙하기 쉽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2025년부터 UAM 시범 테스트를 시작할 계획이다. 2030년에는 국내에서 UAM 서비스가 상용화될 예정이다.

김우섭/구민기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