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발생 화장실 앞·10번 출구 바깥에 '추모의 공간' 마련
포스트잇·국화 놓인 신당역…"스토킹 피해, 더는 남 일 아냐"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여성 역무원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사건이 벌어진 신당역에는 피해자를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졌다.

16일 신당역 여자 화장실 앞에 마련된 '추모의 공간'에는 이른 아침부터 피해자를 애도하는 시민들이 다녀갔다.

한정수(55) 씨는 "부모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미어진다"며 "마음 편히 화장실에 갈 수 있는 세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노년 남성은 "아이고, 아까워서 어쩌나"라고 하면서 한숨을 쉬었다.

추모의 공간 탁자에는 국화꽃과 피해자를 위한 커피, 마카롱, 쿠키 등이 놓여있었다.

벽에 마련된 흰색 종이에는 추모 메시지가 담긴 포스트잇이 가득 붙어 있었다.

포스트잇에는 '여자도 안전하게 퇴근할 권리가 있다', '살아서 퇴근하고 싶다', '노동하는 공간이 나를 위협하는 공간이 되다니 너무 슬프다' 등 글이 적혀 있었다.

한 역무원은 "분주한 출근 시간에도 시민들이 찾아 꽃을 놓고 포스트잇을 붙이고 갔다"고 전했다.

포스트잇·국화 놓인 신당역…"스토킹 피해, 더는 남 일 아냐"
신당역 10번 출구 바깥 환풍구에 마련된 추모의 공간에도 오가는 시민들이 멈춰서서 묵념을 하거나 각자 들고 온 국화를 놓았다.

1m 크기의 종이에는 '여성을 그만 죽여라', '스토킹이 살해로 이어졌다' 등 글이 쓰여 있었다.

환풍구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포스트잇을 붙인 주모(29) 씨는 "강남역 살인사건도 잊히지 않았는데 비슷한 일이 다시 발생해서 가슴이 너무 아프다"며 "강남역과 신당역은 수도권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지나갔을 장소다.

나나 지인이 겪었을 수도 있던 일"이라고 했다.

이어 "스토킹 범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인 이소윤(28) 씨도 "신당역을 매일 같이 오가면서 화장실을 자주 들렀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 생각하지도 못했다"면서 "가장 안전하다고 느껴야 할 지하철역 공중화장실이고, 피해자에게는 직장인 곳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고 했다.

이어 "스토킹 범죄는 남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위에 비슷한 일을 겪지 않은 사람을 찾기 어렵다"며 "사전에 예방되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소셜미디어에도 신당역에 추모하기 위해 다녀갔다는 사진과 글들이 '해시태그(#)신당역' 등을 통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포스트잇·국화 놓인 신당역…"스토킹 피해, 더는 남 일 아냐"
14일 밤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는 순찰 근무 중이던 20대 여성 역무원이 서울교통공사 동료 직원 전모(31) 씨에게 흉기로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이날 오전 피해자에 대한 부검을 진행한 결과, '흉기에 의한 상처가 사망의 원인으로 보인다'는 구두 소견이 나왔다고 밝혔다.

전씨는 2019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3년간 피해자에게 문자메시지, 카카오톡을 통해 300여 차례 접촉을 시도하며 스토킹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