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만→26만원' 회사 주가 고점?…오너가·임원 줄매도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차트가 예술이네요."

코스피 상장사인 서울도시가스 주주들은 최근 2년 새 손실을 본 적이 없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2020년 4월 3일 장중 5만8800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후 상승과 횡보를 거듭해 지난달 19일 26만6500원까지 치솟았다. 2년 동안 코스피 지수가 등락을 거듭했지만, 이 회사 주가는 눈에 띄는 조정도 없이 파죽지세로 치솟았다. 하지만 이 회사 대주주와 임원들이 주식을 대폭 정리하고 있다. 회사 사정을 꿰뚫고 있는 대주주들이 매각하면서 주가가 고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5.8만→26만원' 회사 주가 고점?…오너가·임원 줄매도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성홀딩스는 지난달 26일 서울도시가스 지분 15만주(지분율 3%)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자산운용사를 비롯한 기관투자가에 처분했다. 총매각가는 357억원으로 주당 매각가는 23만7900원이다.

대성홀딩스는 이번 매각으로 보유한 서울도시가스 지분이 113만주에서 98만주로 감소했다. 보유 지분율도 22.6%에서 19.6%로 줄었다. 대성홀딩스 관계자는 매각자금 용처에 대해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1000억원어치를 상환자금을 마련하거나 신사업 투자비로 쓰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대성홀딩스와 서울도시가스는 형제 업체다. 대성그룹은 2001년 김수근 대성그룹 창업주가 별세한 직후 세 아들이 경영권 분쟁을 이어간 끝에 3개 계열로 분리됐다. 장남 김영대 회장이 대성산업, 차남 김영민 회장은 서울도시가스, 삼남 김영훈 회장이 대성홀딩스를 기반 삼아 독립했다. 계열분리 과정에서 대성홀딩스는 서울도시가스 지분 22.6%를 확보했다.

2대 주주인 대성홀딩스는 물론 이 회사 임원들도 주식을 줄줄이 정리 중이다. 서울도시가스 계열사 임원인 이용형 씨와 김덕기 씨도 올해 6월에 각각 447주, 220주를 매각했다. 여기에 미국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도 지난 5월에 서울도시가스 지분을 5.62%에서 4.55%로 줄였다.
이 회사 주가가 고평가 구간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 상반기 매출 8853억원, 영업이익 238억원을 올렸다. 작년 상반기에 비해 24.3%, 122.2% 늘었다. 이 회사 실적을 반영한 주가수익비율(PER)은 156.24배에 달했다. 2차전지 종목인 에코프로비엠(92.64배)이나 카카오(22.41배)보다 PER이 높다. 미국 테슬라(94.98배)도 웃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