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1인당 연간 1만5천건 심리…"부적법한 상고 미리 걸러내 부담 경감"
"상고이유서를 2심 법원에"…대법, '사건 적체' 해결방안 검토
해마다 4만건 넘게 올라오는 사건에 파묻힌 대법원이 사건 당사자가 상고이유서를 대법원이 아니라 일단 원심법원에 먼저 제출하게 하는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

심리의 속도와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24일 대법원에 따르면 법원행정처 상고 제도 개선 실무추진 태스크포스(TF)는 이런 내용의 안을 마련해 법원 내부망에 게시하고 사법부 내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상고 제도 개선은 대법원의 숙원 사업이다.

하급심 판결에 불복한 사건 당사자들이 매년 4만∼5만 건의 상고를 하고 있는데 심리를 할 대법관은 12명(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 제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20년을 기준으로 대법관 1인당 약 3천850건의 주심 사건을, 주심이 아닌 사건까지 포함하면 약 1만5천400건을 담당하고 있다.

그간 대법원은 복잡하거나 쟁점이 많은 사건이 늘고 있어 신속한 심리나 중요 사건의 심층 검토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보고 연구를 진행해왔다.

지난 5월엔 사법행정자문회의가 '상고 심사제도 도입'과 '대법관 증원'을 혼합하는 방향을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법원행정처에 구체적인 검토를 맡기기도 했다.

이날 상고 제도 개선 실무추진 TF가 공개한 '상고이유서 원심법원 제출 제도'는 그 검토 결과 중 하나다.

현재는 사건 당사자가 원심법원(지방법원이나 고등법원)에 상고장을 내면 원심법원이 대법원에 사건 기록을 보낸다.

대법원은 상고 기록 접수 통지를 한 뒤 당사자로부터 상고이유서를 제출받고 심리를 담당할 재판부에 사건을 배당한다.

TF의 안의 핵심은 이 절차를 일부 바꿔 원심법원이 상고이유서까지 받은 뒤 대법원에 사건 기록을 송부하자는 것이다.

사건 당사자가 60일 시한 안에 상고이유서를 내지 못하면 원심법원이 상고를 각하(민사)하거나 기각(형사)할 수 있다.

TF는 이 경우 부적법한 상고가 조기 종결돼 대법원의 사건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상고이유서 제출 절차 등에 걸리는 한 달가량의 '대기 시간'이 사라짐으로써 재판부가 기록을 넘겨받자마자 곧장 심리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새로운 안은 다만 원심법원의 심사 범위를 '상고이유서의 기간 내 제출 여부' 등으로만 한정하고 내용은 대법원이 판단하도록 했다.

또 형사 사건의 경우 1·2심에서 2개월 단위로 두 번씩 갱신할 수 있는 현재의 구속기간을 2심에 한해 3심처럼 네 번까지 가능하도록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법원행정처는 '대법원 상고 심사제'와 '대법관 일부 증원' 등 상고심 제도 개선을 위한 다른 방안 역시 논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의견 수렴에 나설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