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ESG NOW
SK텔레콤 직원들이 싱글랜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 직원들이 싱글랜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최근 발간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에 따르면 통신 3사는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모두 늘었다. SK텔레콤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05만1348t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로 전년 대비 1.1% 많았다. KT는 130만5870tCO₂eq로 10.1%,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39만8845tCO₂eq로 8.2% 증가했다. 각사 배출량의 97% 이상이 전력 사용에 따른 간접배출량이다.

5세대(5G) 이동통신이 본격 확산하면서 전력 사용량이 늘었다. KT와 LG유플러스 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량 중 네트워크 장비 비중이 74~75%다. 같은 서비스 면적 기준 5G는 기존 LTE 대비 사용 전력량이 더 많다. 2GHz 주파수 대역을 쓰는 LTE보다 더 높은 3GHz대 전파를 쓰기 때문이다. 주파수가 높아지면 같은 시간 동안 더 많은 데이터를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전파가 멀리 도달하지 못해 기지국과 안테나를 늘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전력 소모량이 늘어난다.

5G·IDC 확대로 전력 사용 증가

인터넷 데이터센터(IDC)도 큰 요인이다. 각 통신사 전력 사용량의 약 15~20%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DC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플랫폼, 게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 각 분야 기업이 빌려 쓰는 초대형 정보 처리·저장센터다. 서비스에 필요한 온갖 데이터를 저장하고 하루 24시간 내내 서버를 운영한다. 이 때문에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릴 정도로 전력 사용량이 많다.

통신사들의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세는 한동안 더 이어질 전망이다. 5G는 음영 지역을 해소하기 위해 네트워크 장비를 더 설치해야 한다. 영상·메타버스·가상현실(VR) 등 대용량 데이터 통신 서비스 수요가 늘면서 전국에 퍼져 있는 기지국과 중계기 전력 사용량도 증가세다. 각 분야 기업의 IDC 수요도 계속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통신사가 유상 구매해야 하는 탄소배출권 규모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사는 탄소배출권 거래제 유상 할당 기업이다. SK텔레콤과 KT는 각각 2030년까지 탄소배출권 비용 부담이 1000억원 단위로 발생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SK텔레콤은 2050년 탄소중립(넷제로)과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달성하기 위해 탄소배출권에 투입하는 자금이 2030년까지 2000억원, 2050년까지는 1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KT는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인해 발생하는 재무 위험이 2025년까지 310억원, 2030년까지는 1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본다.

기업별 온실가스 무상 배출 허용량은 공개된 바가 없다. 통신 3사 중에는 KT가 2018년 탄소배출권을 처음으로 유상 구매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억원어치를 사들였다. LG유플러스도 탄소배출권 구매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등 신기술로 전력 저감 시도

통신 3사가 탄소배출권 확대에만 의존하려는 것은 아니다. 자체적으로 소비 전력을 줄이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저전력 기지국 기술, 친환경 IDC 냉방 기술, 태양광·신재생에너지 활용 등을 강화하는 식이다.

SK텔레콤은 3G와 LTE 네트워크를 하나의 장비에서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싱글랜’ 기술로 전력 사용량을 줄이고 있다. 2019년부터 이를 통해 매년 1만 톤가량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고 있다. 기지국의 트래픽 부하량 데이터를 AI로 분석·관리해 전력 사용량을 조정하는 솔루션도 쓰고 있다.

KT는 5G 기지국 송수신 안테나 소자(AE)를 조종해 전력을 아끼는 네트워크 에너지 기술을 활용한다. 전력 소모량을 33%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KT에 따르면 이를 통해 줄어드는 탄소배출량이 소나무 400만 그루를 심었을 때 효과와 맞먹는다. 전국 약 19만 개 통신시설과 건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통합 플랫폼으로 관리하고, 일부 대형 건물은 AI로보오퍼레이터를 적용해 사용 전력을 절감하고 있다. AI가 실시간 분석으로 건물 내 필요한 곳에 딱 필요한 만큼 냉난방을 자동으로 가동해 에너지를 아껴준다.

LG유플러스는 5G 기지국 전기 공급 장비 중 하나인 정류기에 친환경 기술을 도입했다. 대당 연간 전력 700kW를 절감할 수 있다. 5G 기지국 8만 개에 적용할 경우 소나무 386만 그루를 심는 감소 효과를 낼 수 있다. 통신망을 기존 광동축혼합망(HFC)에서 보다 효율적인 광가입자망(FTTH)으로 전환하는 작업도 벌이고 있다. IDC엔 외부 바람으로 서버 열기를 식히는 외기냉방장치 적용을 확대한다.

“통신 자체가 탄소배출 저감 기여” 주장도

통신서비스의 공공성을 고려해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통신이 디지털 산업 기반이자 사회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일부 통신사들은 통신사가 탄소배출 저감에 기여하는 측면을 인정해달라고도 한다. 이용자들이 통신망을 통해 전화 통화나 화상회의를 할 경우 차를 타고 이동할 필요가 없어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IDC를 통해서는 개별 기업이 각자 서버실을 운영하는 경우보다 에너지 효율을 높여 전력을 아끼고 있다.

지난달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통신 3사 CEO 면담에서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은 “통신망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는 기술개발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은 “탄소배출권 규제를 보다 유연하게 통신 산업에 적용할 수 있을지 환경부와 협조해달라”고 했다. 현행 규정상 철도·육상 여객·해상 운송업 등은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업종으로 인정받아 탄소배출권 무상 할당 적용을 받고 있다.
전력 사용 늘어난 통신 3사…탄소배출량 증가로 골머리
선한결 한국경제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