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000년 만의 더위' 넘어설 것"…역대급 전망에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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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펄펄 끓는다…에너지·곡물 가격 동반 오름세
옥수수와 밀, 대두 등 농작물 가격이 꿈틀대고 있다. 이상 고온에 가뭄, 폭우, 허리케인 등이 작황에 피해를 입힐 위험이 커졌다. 여름철 냉방용 수요는 에너지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올해 여름이 1850년 이후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였던 작년의 기록을 경신할 것이란 전망이 계속되면서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산하 국립환경정보센터(NCEI)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최고 기온 신기록이 수립될 확률이 61%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는 현대적 기상 관측이 시작된 1850년 이후 가장 더운 해였는데, 올해 1~4월 평균 기온 역시 175년 만에 가장 높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엔 과학자들이 네이처에 "작년 여름철 기온이 2000년 만에 최고치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서기 246년의 무더웠던 여름보다 0.5도 높았다는 내용이다. 기기 측정 데이터를 나이테 같은 자연 기록과 결합하는 기후 재구성 작업을 통해서다. 해당 연구의 공동 저자인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의 울프 분트겐 교수는 "역사의 긴 흐름을 볼 때 최근 몇 년 사이의 지구 온난화가 훨씬 더 극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중국에선 국가기상센터가 12일 북부 허베이성 기온이 42도까지 올랐다고 밝힌 뒤 하루 만에 결국 폭염 경보를 발령했다. 중북부, 내몽골 등 일부 지역에서 폭염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둥성 등 일부 지역의 오후 지표면 온도가 70도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70도는 맨발로 닿으면 화상을 입는 온도다.
미국은 이달 3일부터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텍사스 등 남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폭염주의보와 폭염 경보 등이 내려졌다. 지난주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는 낮 최고기온 50도를 기록해 1996년(49.4도) 기록을 갈아치웠다. 아프리카 북부 이집트의 일부 지역은 지난 7일 온도가 역대 최고인 50.9도까지 치솟았다. 폭염 등 이상 기온은 농작물 작황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밀 선물 가격은 근 1년 만에 가장 비싼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7월 인도분 적색연질 밀 가격은 부셸(약 27.2㎏) 당 7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연초보다 약 12% 올랐고, 작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도 9.8%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후 다시 6.2달러 내외로 안정화됐지만, 기록적인 이상 기온에 언제든 다시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농무부(USDA)가 이달 내놓은 '전세계 농산물 수급 전망 보고서(WASDE)'에 따르면 내달부터 2025년 6월까지 글로벌 밀 수확량 전망치가 대폭 깎였다. 주요 밀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고온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면서다. 러시아의 밀 수확량 추정치는 500만t 감소한 8300만t, 우크라이나는 150만t 줄어든 1950만t으로 하향 조정됐다.
프랑스의 장기간 습한 날씨에 따라 유럽연합(EU)의 밀 생산량 전망치는 150만t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의 곡창지대인 캔자스 등은 극심한 가뭄으로 밀 재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데이브 그린 밀 품질위원회 부대표는 블룸버그통신에 "예상 수확량을 얻으려면 비가 빨리 내리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밀 경작 지역인 브라질 히우그란지두술주에서는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다. 옥수수 생산량은 전년 대비 482만t 줄어 1억4860만t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들어서만 2.2% 넘게 오른 옥수수 선물 가격은 이날 부셸당 4.74달러에 거래됐다. 설탕 선물 가격은 이날 하루만에 2.25% 급등했다. 주요 설탕 수출국인 태국에서 가뭄으로 사탕수수 수확량이 크게 감소한 영향 등이 주요 원인이다.
CNBC는 "가나, 코트디부아르 등 주요 카카오 산지의 이상 기후 영향으로 향후 6년간 카카오 가격이 회복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평년보다 2배 이상 많은 강우량이 카카오 나무에 검은 팟병을 일으킨 데다 가뭄 등이 겹쳐 카카오 수확량을 더욱 감소시키고 있어서다. 연간 100만t이 넘었던 가나의 카카오 생산량은 올해 58만t으로 급갑할 전망이다.
커피 시장도 브라질과 베트남의 기상 악화로 수확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이번 달 씨티그룹은 "스타벅스와 같은 업체들이 선호하는 고급 원두인 아라비카 커피 선물은 앞으로 수개월 동안 약 30% 올라 파운드(1파운드=0.45㎏)당 2.6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중국 당국은 산둥성 등 일부 지역에 필요할 경우 '인공 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달 내내 심각한 가뭄이 지속됨에 따라 밀과 옥수수, 땅콩, 복숭아, 수박, 벼 등의 작물이 성장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이상 기온은 에너지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0.2%(0.12달러) 오른 배럴당 78.62달러에 마감했다. 골드만삭스는 여름 휴가철 휘발유 수요와 냉방용 수요가 급증하면서 3분기 원유 공급이 하루 평균 130만 배럴 가량 부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1일 미국 헨리허브 가스 가격은 장중 한때 100만Btu(MMbtu)당 3.15달러로 작년 11월 이후 최고가를 찍었다.
김리안/임다연 기자 knra@hankyung.com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산하 국립환경정보센터(NCEI)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최고 기온 신기록이 수립될 확률이 61%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는 현대적 기상 관측이 시작된 1850년 이후 가장 더운 해였는데, 올해 1~4월 평균 기온 역시 175년 만에 가장 높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엔 과학자들이 네이처에 "작년 여름철 기온이 2000년 만에 최고치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서기 246년의 무더웠던 여름보다 0.5도 높았다는 내용이다. 기기 측정 데이터를 나이테 같은 자연 기록과 결합하는 기후 재구성 작업을 통해서다. 해당 연구의 공동 저자인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의 울프 분트겐 교수는 "역사의 긴 흐름을 볼 때 최근 몇 년 사이의 지구 온난화가 훨씬 더 극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중국에선 국가기상센터가 12일 북부 허베이성 기온이 42도까지 올랐다고 밝힌 뒤 하루 만에 결국 폭염 경보를 발령했다. 중북부, 내몽골 등 일부 지역에서 폭염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둥성 등 일부 지역의 오후 지표면 온도가 70도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70도는 맨발로 닿으면 화상을 입는 온도다.
미국은 이달 3일부터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텍사스 등 남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폭염주의보와 폭염 경보 등이 내려졌다. 지난주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는 낮 최고기온 50도를 기록해 1996년(49.4도) 기록을 갈아치웠다. 아프리카 북부 이집트의 일부 지역은 지난 7일 온도가 역대 최고인 50.9도까지 치솟았다. 폭염 등 이상 기온은 농작물 작황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밀 선물 가격은 근 1년 만에 가장 비싼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7월 인도분 적색연질 밀 가격은 부셸(약 27.2㎏) 당 7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연초보다 약 12% 올랐고, 작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도 9.8%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후 다시 6.2달러 내외로 안정화됐지만, 기록적인 이상 기온에 언제든 다시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농무부(USDA)가 이달 내놓은 '전세계 농산물 수급 전망 보고서(WASDE)'에 따르면 내달부터 2025년 6월까지 글로벌 밀 수확량 전망치가 대폭 깎였다. 주요 밀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고온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면서다. 러시아의 밀 수확량 추정치는 500만t 감소한 8300만t, 우크라이나는 150만t 줄어든 1950만t으로 하향 조정됐다.
프랑스의 장기간 습한 날씨에 따라 유럽연합(EU)의 밀 생산량 전망치는 150만t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의 곡창지대인 캔자스 등은 극심한 가뭄으로 밀 재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데이브 그린 밀 품질위원회 부대표는 블룸버그통신에 "예상 수확량을 얻으려면 비가 빨리 내리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밀 경작 지역인 브라질 히우그란지두술주에서는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다. 옥수수 생산량은 전년 대비 482만t 줄어 1억4860만t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들어서만 2.2% 넘게 오른 옥수수 선물 가격은 이날 부셸당 4.74달러에 거래됐다. 설탕 선물 가격은 이날 하루만에 2.25% 급등했다. 주요 설탕 수출국인 태국에서 가뭄으로 사탕수수 수확량이 크게 감소한 영향 등이 주요 원인이다.
CNBC는 "가나, 코트디부아르 등 주요 카카오 산지의 이상 기후 영향으로 향후 6년간 카카오 가격이 회복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평년보다 2배 이상 많은 강우량이 카카오 나무에 검은 팟병을 일으킨 데다 가뭄 등이 겹쳐 카카오 수확량을 더욱 감소시키고 있어서다. 연간 100만t이 넘었던 가나의 카카오 생산량은 올해 58만t으로 급갑할 전망이다.
커피 시장도 브라질과 베트남의 기상 악화로 수확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이번 달 씨티그룹은 "스타벅스와 같은 업체들이 선호하는 고급 원두인 아라비카 커피 선물은 앞으로 수개월 동안 약 30% 올라 파운드(1파운드=0.45㎏)당 2.6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중국 당국은 산둥성 등 일부 지역에 필요할 경우 '인공 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달 내내 심각한 가뭄이 지속됨에 따라 밀과 옥수수, 땅콩, 복숭아, 수박, 벼 등의 작물이 성장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이상 기온은 에너지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0.2%(0.12달러) 오른 배럴당 78.62달러에 마감했다. 골드만삭스는 여름 휴가철 휘발유 수요와 냉방용 수요가 급증하면서 3분기 원유 공급이 하루 평균 130만 배럴 가량 부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1일 미국 헨리허브 가스 가격은 장중 한때 100만Btu(MMbtu)당 3.15달러로 작년 11월 이후 최고가를 찍었다.
김리안/임다연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