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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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가, 베르사체, 지방시 등 명품 브랜드들이 중국 온라인 몰에서 '반값 할인' 전략을 도입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 경기 둔화를 겪으며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자 명품 브랜드들이 재고 소진을 위해 파격 할인으로 승부수를 던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13일(현지시간) 이번 달부터 중국 소비자들은 중국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인 '티몰'에서 발렌시아가의 대표상품인 모래시계 핸드백을 다른 국가보다 약 35%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가방은 미국 사이트에서 3000달러(약 413만원)에 팔리고 있지만 티몰에서는 1947달러(약 268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 발렌시아가 공식 온라인 몰에서 해당 가방은 391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티몰은 중국 내 최대 온라인 명품 판매처다. 컨설팅업체 야옥 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명품 시장 매출의 50%는 온라인 주문에서 발생했다.

보도에 따르면 발렌시아가는 2022년에는 중국에서 전혀 가격을 인하하지 않았지만 지난해부터 가격 할인 정책을 확대했다. 지난해 1~4월 사이에는 1월에만 일부 품목에 평균 30% 가량을 할인했다가 올해에는 평균 할인율이 10%포인트 가량 높아졌다. 할인 행사 기간도 늘었다. 올해 1~4월 중 3달 동안은 할인행사를 진행했다. 소식통은 발렌시아가가 티몰에서 할인 제품 수를 대폭 늘려 티몰 내 재고의 10%이상을 발렌시아가가 차지할 정도였다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발렌시아가가 할인 전략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부진한 매출에 있다. 발렌시아가와 모기업 케링의 쥬얼리 브랜드가 포함된 '기타 부문'의 2022년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18% 뛰었으나, 2023년에는 9% 하락했다.

베르사체, 지방시, 버버리 등 다른 명품 브랜드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블룸버그는 "베르사체의 평균 할인율은 지난해 초 40%에서 올해 50% 이상으로 급등했다"며 다른 브랜드들도 가격을 절반 이상 인하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프랑스 3대 럭셔리 브랜드로 꼽히는 '에·루·샤(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은 할인 전략을 채택하지 않았다. 오히려 에르메스의 올 1분기 매출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전년 동기 대비 13.9%나 늘었다. 중국 시장에서 스카프 등 비교적 저렴한 상품에 대한 매출은 소폭 감소했으나, 고가의 가죽 제품 매출이 늘며 상쇄됐다는 설명이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