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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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얼어붙고 있습니다. 수년간 자산 가격이 빠르게 치솟으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사라졌고, 기준 금리가 성큼성큼 오르면서 부동산 거래에 필수인 '빚'(레버리지)을 내기도 어려운 환경입니다.

'갓물주'로 부리는 건물주 사정은 어떨까요. 건물 거래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주택도 거래가 잘 안되는 마당에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을 넘나드는 건물이 쉽게 팔릴리는 없겠죠. 그런데 요즘 건물을 팔고 싶어 하는 중개인이나 건물주가 찾는 곳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부동산 조각 투자 플랫폼’입니다.

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 절벽’ 현상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서울 아파트 매매는 1만993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9399건보다 32.21%(9468건)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매매 건수는 37만3014건에서 18만4134건으로 50.63%(18만8880건) 급감했습니다.

업무·상업용 건물 거래량도 위축됐습니다. 토지·건물 정보 업체 밸류맵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업무·상업용 빌딩 거래 건수는 1583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상반기(2438건)에 비해 35.06%(855건) 크게 줄어든 수준입니다.

건물 거래의 경우 시장이 호황인 시기에도 계약을 맺기가 까다롭습니다. 먼저 건물 가격이 워낙 높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건물을 살 의향이 있는 매수인이 여러 차례 답사도 와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고 합니다. 최근과 같이 부동산 가격이 주춤하고 금리까지 오르는 마당에는 거래가 더 어렵다는 게 현장의 설명입니다.

강남구 역삼동에서 건물 매매를 주로 하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최근엔 거래가 거의 안 된다고 보면 된다"며 "기존에도 거래가 쉽지 않은 게 상업용 부동산 시장인데 더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건물은 팔고 싶은데 팔지 못하는 매도인, 이들을 중개하는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들이 부동산 조각 투자 플랫폼 문을 두드린다고 합니다. 부동산 조각 투자 플랫폼은 하나의 덩어리로 거래가 어려운 건물을 여러 개로 쪼개(유동화) 대중들에게 파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서울시내 한 상가에 밀집한 공인중개사무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내 한 상가에 밀집한 공인중개사무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내 대표 부동산 조각 투자 플랫폼 ‘카사’의 건물 공모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건물 소유주가 상장을 신청하면 카사는 정부가 인증한 전문 감정평가법인 두 곳을 통해 건물을 실사하고 적정가치를 평가합니다. 이어 상장심의위원회를 거쳐 건물을 선정하고, 이 건물을 수익 증권화한 후 공모 청약에 돌입합니다. 투자자들이 해당 건물 수익증권에 투자한 자금은 건물주에게 전달됩니다.

삼성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아무래도 개인과 개인이 거래하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데 여러 투자자가 모여 건물을 사니 거래 시간이 단축된다. 또 자금 규모가 커도 소화가 가능하단 장점이 있다"며 "이런 점이 건물주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했습니다.

부동산 공인중개업소를 통하지 않고 건물주가 직접 플랫폼에 건물을 매각하고 싶다고 알려오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최근 카사에 상장한 부티크 호텔 '르릿'이 이런 사례에 해당합니다.

카사 관계자는 "이 건물 주인이 '건물을 매각하고 싶다'며 직접 카사에 연락이 왔다"며 "건물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직접 운영하겠다는 의사도 전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전국 각지 건물주가 '내 건물도 팔아달라'며 연락이 온다"면서도 "회사는 건물주가 원하는 가격에 건물을 사주지 못한다 건물이 보유한 적정 가치 등을 판단해 선별, 공모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