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ESG NOW
이형희 SK수펙스협의회 SV위원장이 '2021년 SK 사회적가치 화폐화 측정 성과 발표' 언론 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형희 SK수펙스협의회 SV위원장이 '2021년 SK 사회적가치 화폐화 측정 성과 발표' 언론 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SK그룹이 2021년 한 해 동안 창출한 사회적가치(SV)가 2020년보다 60% 늘어난 18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사회적가치는 고용과 납세 등 간접적 경제 기여 성과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성과를 합해 계산한다.

SK는 지난 5월 말 서울 종로 SK서린빌딩에서 ‘SV 화폐화 측정 성과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어 계열사들의 지난해 성과를 발표했다. 이 회사는 2018년부터 각 계열사가 기업활동을 통해 경제에 직간접 기여한 성과 등을 화폐 단위로 환산한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경제 간접 기여(고용·배당·납세)와 환경(온실가스 및 오염물질 배출량 등), 사회(제품·서비스·노동·동반성장·사회 공헌), 지배구조 등으로 영역을 나눠 SV를 계산한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지론에 따라 국내 최초로 SV의 화폐화에 나섰다는 것이 SK 측 설명이다.

평소 최 회장은 “기업의 역할은 경제적가치와 사회적가치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이날 SV를 공개할 때도 최 회장이 직접 “긍정적 결과뿐 아니라 부정적 측면도 모두 공개해 투명성을 높이고, 외부와 소통 과정을 통해 보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전언이다.

경제 간접 기여 성과가 가장 큰 비중

SK가 지난해 창출한 사회적가치를 지표별로 보면, 경제 간접 기여 성과가 19조3443억원으로 가장 높다. 급여·복리후생 등 고용 10조1000억원, 올해 배당 3조4000억원, 납세 5조9000억원 등을 합친 것이다. 특히 납세와 고용은 관계사 실적 개선에 힘입어 전년 대비 각각 100%, 39% 증가했다.

환경성과는 예상보다 낮은 2조892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영향을 뜻하는 ‘환경공정 손실’이 3조6469억원으로 전년 대비 2% 늘어났기 때문이다. 경기회복과 시설투자 등으로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환경 공정 손실이 커졌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SK 관계자는 “생산량이 늘어나는 국면에서는 환경 손실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며 “향후 2~3년간은 탄소배출 총량을 줄이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SK는 이날 SV를 수치로 환산하고 측정하는 공식을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했다. 세계 4대 회계법인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관의 자문을 바탕으로 산식을 도출했다. SK는 국제 기업연합체인 VBA(Value Balancing Alliance)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HBS),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등과 협업해 SV 측정 시스템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SV 측정 시스템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SK가 공개한 SV 측정 산식은 ‘제품과 서비스의 시장 평균치(베이스라인) × 국제기구 지표수치 × SV 창출 기여도’다. 예컨대 태양광 사업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한 사업의 사회적가치는 발전원별 시장점유율을 감안한 단위당 온실가스 배출량 × 탄소배출권 거래 가격 × 부가가치율 등 기여도로 계산한다. 이 산식을 기반으로 사회적가치 중 환경성과를 계산했을 때 SK 계열사들 성적표는 줄줄이 '마이너스'다.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는 각각 환경성과에서 9489억원, 9527억원의 손실을 냈다.

그럼에도 SK그룹 계열사들은 예상보다 양호한 ‘환경 성적표’를 받았다는 평가다. 경기회복으로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제조공정에서 배출하는 탄소양이 늘었지만, 이 중 일부를 친환경 제품 생산을 통해 상쇄했기 때문이다.

SK케미칼, 환경 SV 흑자 기록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의 공정 부문 손실액은 각각 1조2589억원과 9690억원에 달했지만, 친환경 제품과 서비스 부문의 선전에 힘입어 손실 일부를 메웠다. 친환경 제품 및 서비스 부문에서 두 회사가 기록한 SV는 각각 3099억원과 162억원이다. SK그룹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매출은 2020년에 비해 30% 넘게 늘었지만, 환경 손실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SK케미칼의 성적표는 더욱 극적이다. 2020년 마이너스 70억원이던 환경성과가 지난해 118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친환경 제품과 서비스 부문에서 기록한 SV가 526억원에 달해 공정 부문 손실액(408억원)을 넘어섰다.

SK 계열사들은 탄소배출이 많은 비즈니스를 최소화하고 친환경 신제품의 종류를 다양화하는 등 친환경 제품 및 서비스 부문의 SV를 올리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공정 부문 지표는 공장 가동률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리지 않는 한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저전력 낸드플래시 8개를 개발해 전력 저감 93억원과 온실가스 저감 43억원의 효과를 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친환경 윤활기유와 발포제 등을 적극적으로 판매하는 방법으로 환경성과를 방어했다. SK케미칼은 플라스틱 신소재 코폴리에스테르 덕을 톡톡히 봤다. 환경호르몬인 비스페놀A(BPA)가 검출되지 않으면서도 열과 습기에 강한 것이 이 소재의 특징이다.

한편 2020년 SK그룹은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10조원이 넘는 SV를 창출했다. 계열사 중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이 전체 SV의 70%가량을 창출하며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이어 SK텔레콤(1조9457억원), SK㈜(1조391억원), SKE&S(7671억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SK하이닉스는 고용과 납세 등 경제 간접 기여 성과에서만 5조3737억원을 벌어들였다. SK하이닉스는 법인세만 1조4781억원을 냈다. 채용 인력도 세 자릿수를 유지했다.
    늘어난 탄소배출, 친환경 제품으로 상쇄
    남정민 한국경제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