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설이 불거졌던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오른쪽)와 장제원 의원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불화설이 불거졌던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오른쪽)와 장제원 의원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서로를 형제로 부르며 갈등을 봉합했던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이 또다시 불화설에 휩싸였다.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인 두 사람이 지난 15일 오찬 회동에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힘을 합치자”며 불화설을 일축한 지 사흘 만이다.

장 의원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말씀이 무척 거칠다. 아무리 해명이 옳다고 하더라도 ‘압력을 넣었다’ ‘최저임금 받고 서울에서 어떻게 사냐, 강릉 촌놈이’ 등등의 거친 표현은 삼가야 한다”며 권 직무대행을 공개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장 의원은 이어 “국민들은 말의 내용뿐만 아니라 태도를 본다”며 “권 대행이 이제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엄중하고 막중한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훈계성 글은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과 관련해 권 직무대행이 한 발언에 대한 반박이다. 앞서 권 대행은 윤 대통령의 강원 강릉 지인의 아들인 우모씨가 대통령실에 채용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자 “‘장 의원에게 (채용) 압력을 가했다’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는데 9급에 넣었다’”라고 해명했다.

장 의원은 이에 대해 “권 대행으로부터 어떤 압력도 받은 적이 없다. 추천을 받았을 뿐”이라며 “7급을 부탁했으나 9급이 됐다는 것도 기억에 없다”고 해명했다. 장 의원의 공개 저격에 두 사람이 공개적으로 충돌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한때 나왔다. 하지만 권 직무대행이 “장 의원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몸을 낮추면서 정면충돌은 피했다.

이날 장 의원의 직격을 놓고 정치권에선 여러 해석이 나왔다. 사적 채용 논란이 자칫 ‘공정’ 이슈와 맞물려 지지율에 더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장 의원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는 시각이다. 일각에선 사적 채용 의혹에 대한 해명의 이면에는 여권 내 주도권 다툼이 자리잡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차기 당권 구도를 두고 두 사람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만큼 향후 벌어질 당권 투쟁의 전초전 성격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서로 당내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하기 때문에 권력 속성상 두 사람은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두 사람 간 불화설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지난달부터다. 지난달 10일 권 직무대행이 장 의원 주도의 공부 모임 ‘민들레’(가칭)를 반대하고 나서면서다. 당시 정치권에선 장 의원이 공부 모임을 통해 당내 세력을 규합하려고 하자 권 직무대행이 견제구를 던진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두 사람은 지난 8일 이준석 대표 징계에 따른 당 지도체제를 두고도 견해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6개월 직무대행 체제를 통해 당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권 직무대행과 조기 전당대회로 당권 경쟁을 조기에 끝내려는 장 의원 간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다는 설명이다. 직무대행 체제를 추인한 11일 의원총회에 장 의원이 불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