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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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단과 조합의 갈등으로 공사가 3개월 넘게 중단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사진)이 조합장 사퇴로 변곡점을 맞았다. 정비업계에서는 조합장 사퇴가 사업 재개의 발판이 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현재로선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시공단과 전문가들은 조합장 단독 사퇴만으로는 복잡하게 꼬인 실타래를 풀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김현철 조합장이 전날 사퇴를 선언한 후 현 둔촌주공 조합은 당분간 조합장 대행 체제를 이어가기로 했다. 조합장 직무대행은 박석규 재무이사가 맡기로 했다. 조합은 입주자에게 보낸 안내문을 통해 “시공사 교체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공사 재개를 위한 협의에 적극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조합장 대행 체제가 언제까지 지속되느냐다. 대행 체제로 서울시가 중재하는 협상 테이블에서 시공단과 협상해 성과를 이어갈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시공단 측 입장을 잘 아는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 임원진 상당수가 최근 문제로 대두된 상가 쪽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며 “집행부를 전원 교체하지 않는 이상 지금 상황과 별반 다를 바 없고 오히려 결정 속도가 느려 사업 재개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조합 반대파인 정상위 측이 세력을 모아가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중립 성향인 한 조합원은 “이전까진 현 조합을 지지했지만 서울시 브리핑에서 상가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파장이 상당하다”며 “서울시 중재안 발표 직후 조합 반대파인 정상위 측 카페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5일 새 300여 명에 불과했던 정상위 온라인 카페 가입자 수는 900여 명까지 늘어난 상태다. 현재 둔촌 조합원 수는 6068명으로 카페 가입자 수만 놓고 보면 정상위 측 지지자 비율은 15% 선으로 추정된다. 해임총회 개최 최소 요건인 10%를 넘은 것이다.

정상위 측이 세력을 모아가고 있는 만큼 김 조합장뿐 아니라 임원 전원 교체를 목표로 한 해임총회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달 말께 열릴 조합 총회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사업 정상화 여부를 관측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정상위 측은 “우리가 바라는 것은 조합장이 아니라 주위 임원의 전원 교체”라며 “대행 체제를 인정하기 어려운 만큼 해임총회를 정상적으로 열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조합장 사퇴로 현 상황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제경 투미 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조합장 없이 대행 체제로 정비사업을 장기간 이끌어간 사례가 전무하다”며 “사업 안정화를 위해 조합장과 임원 문제는 총회를 열어 조속히 결론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