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세종대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상담을 위해 방문한 시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세종대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상담을 위해 방문한 시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정부가 14일 제2차 비상경제민생대책회의에서 확정한 ‘민생 안정을 위한 금융부문 프로그램(125조원+α)’은 2020년 4월부터 시행돼온 ‘코로나19 금융안정 패키지(175조원+α)’를 대체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마당에 과거 위기를 전제로 한 금융안정 패키지를 무한정 지속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배드뱅크(새출발기금)’를 통해 대출 원금을 최대 90%까지 감면해주고 9월 종료가 예정된 만기 연장, 원금 상환 유예 조치에 대해서도 사실상 은행 자율로 재차 연장하도록 하는 등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는 내용이 적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배드뱅크’ 통해 부실채권 매입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코로나19 이후 가계부채와 기업부채가 동반 폭증한 가운데 금리 상승기에 들어가면서 경제 곳곳에 적신호가 켜졌다”며 “상환 유예 중심의 일시적인 지원책을 9월 말 예정대로 종료하고 10월부터는 실질적인 부담 경감 중심의 재무구조 개선 지원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먼저 자영업자·소상공인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30조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기존 대출을 1~3년 거치, 최장 20년 만기의 분할상환 대출로 바꿔준다. 연체 90일 이상 부실 차주에 대해선 원금의 60~90%를 감면해주기로 했다.

8조7000억원을 투입해 연 7%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해주는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자영업자의 사업 리모델링에 필요한 신규 저리 대출도 총 41조2000억원 규모로 공급할 계획이다.

만기 연장·상환 유예 종료한다더니…

오는 9월 말 종료를 앞둔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조치의 연착륙을 위해선 ‘주거래 금융기관 책임관리제도’를 도입한다. 대출해준 은행이 대상 차주의 90∼95%에 대해 자율적으로 다시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실상 ‘무늬만 종료’에다 부실 책임을 민간 은행에만 전가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예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여유가 있는 은행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고객 관리를 해달라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주거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안심전환대출’도 올해와 내년 각각 25조원, 20조원 규모로 공급한다. 7월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 금리(연 4.6~4.8%)에 우대금리(0.3%포인트)와 청년 혜택(0.1%포인트)까지 받으면 기존 변동금리 주담대를 연 4%대 초반의 고정금리 대출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금융공사의 전세자금대출 보증 한도도 기존 2억원에서 4억원으로 확대하고 청년 버팀목전세대출 한도도 올린다. 청년 신속 채무조정 특례 프로그램이 신설되고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의 연체채권 매입펀드 신청 기한도 연말까지 연장된다.

이 같은 민생 안정 금융지원 프로그램이 차주들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취약계층에 지금 지원하지 않으면 사회가 나중에 부담해야 할 비용이 더욱 커질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개별 심사 및 운영 과정에서 도덕적 해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대훈/이호기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