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노조들이 속한 전국금융산업노조(금융노조)가 임금 7.2% 인상과 전임 노조 간부 3명에 대한 해고 철회 등을 요구하며 오는 9월 총파업을 예고했다. 현대자동차 등 산업계 노조가 파업을 추진 중인 가운데 금융권 노조까지 가세하면서 노동계가 본격적인 하투(夏鬪)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금 7% 올리고, 노조간부 해고 철회"…은행도 파업하나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와 사측 대표기구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산별중앙교섭이 끝내 결렬됐다. 금융 노사는 지난 5일부터 이틀간 밤샘 교섭까지 벌였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금융노조는 6일 교섭 결렬 선언 후 지부대표자회의를 열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중앙노동위의 조정 결과는 오는 26일께 나올 예정이다. 중앙노동위가 노사 양쪽 의견을 조율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고 조합원 투표에서 파업안이 통과되면 노조는 파업권을 확보한다. 금융노조는 다음달 19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9월 2일 총파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금융 노사는 임금 인상안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이번 교섭에서 기존 인상 요구안(6.1%)보다 상향한 7.2% 인상안을 제시했다. 사측은 지난 교섭 때와 같은 0.9% 인상안으로 맞섰다. 통상 노사 협상이 막판으로 가면 노사 양측이 기존 안보다 물러선 수정안을 제시하는 것을 감안하면 금융노조의 추가 임금 인상안은 이례적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4년 만에 6%를 넘어섰다”며 “사측은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0.9% 인상안을 굽히지 않는 등 사실상 협상 의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고연봉 지적을 받아온 은행 등 금융권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감안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정부의 우려도 임금 인상에 소극적인 이유로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시중은행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을 두고 ‘이자 장사’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노조가 주장하는 큰 폭의 임금 인상은 국민적 비난을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 노사는 허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상임부위원장(전 금융노조 위원장) 등 노조 간부 3명이 지난달 해고당한 사건을 두고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2017년 금융 노사 산별교섭 과정에서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 기물을 파손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 3월 대법원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3명의 노조 간부는 소속 회사인 농협경제지주와 국민은행, 우리은행으로부터 내부 직무규정 위반 등의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는 “정당한 노조 활동에 대해 인사상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한 노동법과 단체협약을 위반했다”며 해고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직원에 대한 ‘정상적인 인사 절차’라고 맞서고 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