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이 1일 개최되는 홍콩 주권 반환 25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려 5년 만에 홍콩을 방문했다. 그는 첫 일성으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강조했지만 홍콩 주민 사이에선 사실상 자치권을 뺏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 주석은 7월 1일 열리는 홍콩 주권 반환 25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려 30일 오후 열차 편으로 홍콩 서구릉역에 도착했다. 열차에서 내린 그는 “일국양제는 강력한 생명력을 지녔으며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확보하는 데 일조할 것”이라며 “홍콩 동포들의 복지도 증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우리가 조금도 흔들림 없이 일국양제를 견지한다면 홍콩의 미래는 더욱 아름다울 것”이라며 “홍콩은 반드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해 더욱 새로운 공헌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홍콩 주권 반환 기념식에 참석하는 건 2017년 이후 5년 만이다. 그가 중국 본토를 벗어난 건 2020년 1월 18일 미얀마 방문 이후 처음이다. 그는 참석에 앞서 지난달 베이징을 찾은 존 리 홍콩 행정장관 당선인에게 일국양제가 25년 동안 성공적으로 이행됐다고 자평한 바 있다.

CNN 등 외신은 시 주석의 행보를 홍콩에 대한 승전 선언으로 해석했다. 2019년 홍콩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를 진압한 뒤 반대파를 숙청하고 언론을 통제했기 때문이다. 2020년 6월 홍콩국가보안법을 제정한 뒤 지난해에는 홍콩의 선거제를 전면 개편했다. ‘애국자’만이 공직에 진출할 수 있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사실상 중국이 직접 통치에 나선 것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일국양제가 사실상 지켜지지 않았지만, 행사 당일 홍콩 시내는 고요할 예정이다. 2017년에는 시 주석이 기념식에 참석한 뒤 시위대 수천 명이 거리에 몰려나와 민주화를 요구했다. 하지만 2년 전 홍콩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이후 시위대를 억압하며 반정부 시위가 사그라들었다. 홍콩의 민주단체인 사회민주연맹은 SNS를 통해 1일 시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홍콩이 자치권이 박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997년 반환 당시 중국과 영국이 맺은 홍콩반환협정에 따르면 홍콩은 2047년까지 보통선거와 자치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홍콩국가보안법과 선거제 개편을 통해 협정이 실질적으로 파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은) 자치를 요구하는 홍콩 주민을 추방하고 정치인과 언론을 탄압하고 있다”며 “홍콩이 점점 권위주의 국가로 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