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 '자기 결정권' 확보…권한 내려놓고 임기 중 추진"
도민 공감대 형성·제주특별법 개정 여부 우려 목소리도

민선 8기 오영훈 제주도정이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10여 년간 이어온 제왕적 제주도지사 권한을 내려놓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을까.

[출발 민선8기] 오영훈 제주도정,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 가능할까
연합뉴스는 제39대 제주도지사 취임을 하루 앞둔 오영훈 당선인의 핵심 공약 중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의 내용과 과제를 살펴봤다.

오 당선인은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폐지된 기초자치단체의 부활을 제시했다.

오 당선인은 "제주형 기초자치단체는 제주의 미래를 도민 스스로 결정한다는 '자기 결정권' 확보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며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으로 단일 광역 행정체제가 만들어지면서 도지사 권한은 막강해졌지만, 기초자치단체 폐지와 함께 풀뿌리 민주주의도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왕적 도지사의 권력 집중 폐단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도민들이 주권을 행사하려면 제주형 기초자치단체를 도입해 도민들이 직접 기초자치단체장을 선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주시와 서귀포시, 동(洞) 지역과 읍·면 지역 간 균형 발전을 위해서도 기초자치단체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과거 특별자치도로 출범하면서 제주시, 서귀포시, 북제주군, 남제주군 등 기존 4개 기초자치단체와 기초의회를 모두 폐지하고 하나의 광역자치단체와 광역의회로 행정체제를 재편했다.

제주도에 고도의 자치권과 재정권을 부여하고, 도민 삶의 질을 향상한다는 명목으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이 제정됐다.

[출발 민선8기] 오영훈 제주도정,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 가능할까
그러나 약속했던 고도의 자치권과 재정권이 제대로 부여되지 않으면서 기초자치단체 부활 등의 논란이 계속됐으나 제주특별법 제10조 ①항 '관할구역에 지방자치단인 시와 군을 두지 않는다'는 조항 때문에 번번이 무산됐다.

그런데도 오 당선인이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부활 공약을 내걸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강원특별자치도의 출범이다.

지난 11일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됐음에도 강원특별자치도에서는 기존 기초자치단체들이 그대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오영훈 당선인은 앞서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기 전인 지난 3월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서는 도 조례로 제주특별자치도의 지방의회와 집행기관의 구성을 달리할 수 있게 하고, 이 경우 주민투표법에 따라 주민투표를 거치도록 했다.

문제의 10조 ①항은 삭제했다.

오 당선인의 안대로 법이 개정되면 기초자치단체의 형태를 도 조례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다.

기관 통합형, 기관 대립형 등 도민의 의사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립이 가능해진다.

오영훈 제주도정은 지난 28일 '민선 8기 도민도정 비전 및 도정 과제 보고회'에서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 추진위원회를 구성·운영하고, 연구용역과 도민 수용성 확보를 위한 도민 참여단 운영을 통해 도민이 직접 제주형 기초자치단체의 방향을 설정하도록 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오영훈 제주도정은 이어 제주특별법 관련 조항을 개정하고, 2024년 하반기에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안에 대한 주민투표를 시행하고, 2026년 7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출범시킨다는 복안이다.

[출발 민선8기] 오영훈 제주도정,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 가능할까
그동안 4개 시·군을 복원하자는 안과 현 2개 행정시를 기초자치단체로 하자는 안 등이 제기됐다.

최근에는 의원내각제 형태의 기관 통합형으로 기초자치단체를 신설, 주민이 선출한 기초의원이 기초자치단체장도 맡을 수 있도록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생활자치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식의 자치구역 조정안도 제시됐다.

2개 시(제주시, 서귀포시), 3개 시(동제주시, 서제주시, 서귀포시), 4개 권역(제주시, 서귀포시, 북제주, 남제주군), 6개 권역(제주시, 서제주시, 동제주시, 서귀포시, 서서귀포시, 동서귀포시) 등이다.

하지만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해 새 정부가 들어선 상황에서 기초자치단체 부활에 대한 중앙부처와의 의견 조율은 물론 제주특별법 개정이 오 당선인의 뜻대로 쉽게 이뤄질지 여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많다.

또한 기초자치단체 도입에 대한 도민 공감대 형성도 선결 과제 중 하나다.

전문가와 정치인들은 "도입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현실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며 장밋빛 환상만 심어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오 당선인은 "법적 근거와 자치단체장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발전된 논의와 연구용역을 통해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함께 정부 설득 논리를 마련해 제주형 기초자치단체를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핵심은 법인격이다.

법인격을 갖춘 기초자치단체가 기관 구성과 예산 편성, 인사 등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라며 "반드시 임기 중에 새로운 지방분권을 선도할 미래 행정체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여러 우려 속에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오 당선인의 공약이 4년 임기 내 실현될지 주목된다.

[출발 민선8기] 오영훈 제주도정,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 가능할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