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6월 모의고사' 마친 벤투호…공격은 합격·수비는 글쎄
수비는 불안했지만, '월드 클래스 골잡이' 손흥민(토트넘)을 앞세운 공격은 빛났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4일 이집트전을 끝으로 6월 A매치 4연전 일정을 마무리했다.

벤투호는 브라질(1-5 패), 칠레(2-0 승), 파라과이(2-2 무), 이집트(4-1 승)를 차례로 상대하며 본선 경쟁력을 시험했다.

9월 A매치 기간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모의고사 6교시 중 4교시까지 소화한 셈이다.

벤투호의 이번 4연전 전적은 2승 1무 1패로 나쁘지 않다.

하지만 경기 내용을 들여다 보면 선뜻 합격점을 주기는 어려워 보인다.

월드컵 '6월 모의고사' 마친 벤투호…공격은 합격·수비는 글쎄
◇ '김민재 언제 돌아오나'…불안했던 수비
벤투호는 브라질전에서 수비가 크게 흔들렸다.

상대의 강도 높은 압박에 허둥대다가 5골을 헌납했다.

빠르게 최선의 선택지를 찾고 이를 곧바로 실행에 옮길 개인 기량을 갖춘 브라질 공격수들 앞에서 벤투호 수비진은 속수무책이었다.

전반 7분 산드루가 한국 수비수 둘 사이를 허무할 정도로 쉽게 순간 스피드로 뚫어내고 득점까지 올리는 장면은 한국 수비진과 세계 톱 레벨 공격수들 사이의 격차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칠레전과 파라과이전에서도 수비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칠레전에서는 후반 초반 상대 선수가 한 명 퇴장당했는데도 경기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위험한 장면을 노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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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과이전에서는 수비진에서 잇따라 치명적인 실책이 나왔고, 후반 중반까지 0-2로 끌려다녀야 했다.

최종예선 10경기를 3실점으로 틀어막았던 벤투호의 단단한 수비력은 이번 4연전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부동의 주전이지만 부상으로 이번 A매치 기간에 소집되지 못한 '괴물 센터백' 김민재(페네르바체)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 4연전이었다.

유럽 무대에서도 통할 탈압박 능력에 스피드, 롱패스 능력을 겸비한 김민재가 전열로 복귀한다면, 벤투호 수비는 다시 안정감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본선 무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만큼, 김민재가 없는 상황에 대비한 '플랜 B'를 확실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월드컵 '6월 모의고사' 마친 벤투호…공격은 합격·수비는 글쎄
◇ 수비형 미드필더에 정우영 하나로 될까…고민 이어진 중원 조합
벤투호는 미드필더진에서도 핵심 자원들이 여럿 이탈한 채 경기를 치러야 했다.

공격형 미드필더 이재성(마인츠)이 부상으로 소집되지 못했고, 붙박이 수비형 미드필더인 정우영(알사드)이 칠레전 뒤 근육 부상으로 소집 해제됐다.

여기에 '벤투호 황태자' 황인범(서울)도 컨디션 난조로 마지막 이집트전에 결장했다.

벤투 감독은 4경기에서 다양한 중원 조합을 실험했다.

이전까지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1명만 세웠던 벤투 감독은 이번 4연전에서는 칠레전과 이집트전에서 이 자리에 2명을 배치하며 '더블 볼란테' 전술을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올렸다.

중원 구성에는 매번 변화를 줬다.

결과적으로 벤투호는 정우영(알사드)과 황인범(서울)이 더블 볼란테로 나서고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이 전진 배치돼 공수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칠레전에서 공격 전개가 가장 매끄러운 모습을 보였다.

정우영(알사드)은 브라질전에서 홀로 톱클래스 선수들을 상대하는 데 애를 먹었다.

황인범이 그 옆에서 부담을 나누면서 중원이 안정감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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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활동량이 많은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이 팀의 엔진 역할을 하면서 최전방에 배치한 손흥민(토트넘)의 위력을 배가시켰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수비라인의 1차 저지선이면서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한다.

공 점유율을 중시하는 '벤투 표 축구'의 핵심적 역할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최상의 조합을 찾아낼 기회는 얼마 남지 않았다.

대표팀은 월드컵 본선 전까지 내달 일본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과 9월 A매치 기간, 두 차례 소집된다.

E-1 챔피언십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A매치 기간에 열리지 않기 때문에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을 중점적으로 점검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본선 직전 카타르 현지에서 평가전을 치르지 않는다면, 벤투 감독에게 중원 조합을 완성할 실전 기회는 9월 평가전 2경기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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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경기 연속 멀티 득점…손흥민 앞세운 공격력 '반짝 반짝'
벤투호는 수비에서 드러낸 단점을 공격으로 메웠다.

브라질전에서는 1득점에 그쳤지만, 칠레(2골), 파라과이(2골), 이집트(4골)를 상대로는 3경기 연속 멀티골을 뽑아냈다.

소속팀에서 부진했던 '붙박이 원톱' 황의조(보르도)는 브라질전과 칠레전에서 골맛을 보며 우려를 불식했다.

K리그1 득점 랭킹 2위를 달리는 등 올해 들어 물오른 골감각을 보이는 스트라이커 조규성(김천)은 이집트전에서 중거리 슈팅으로 득점하며 황의조와의 '경쟁 체제'를 이어갔다.

황희찬(울버햄프턴)은 칠레전에서 환상적인 감아 차기 슈팅으로 선제골을 책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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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칠레전에서 가동된 '황희찬 왼쪽날개-손흥민 원톱' 조합은 이번 4연전에서 가장 날카로운 모습을 보인 공격 조합이었다.

무엇보다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으로 우뚝 선 손흥민의 활약이 빛났다.

손흥민은 최전방에서 뛰면서도 공격이 잘 풀리지 않을 때면 2선, 때로는 3선까지 내려와 막힌 혈을 풀었다.

그야말로 '축구 도사'의 경지에 오른 듯한 경기력이었다.

손흥민은 특히 칠레전과 파라과이전에서 2경기 연속 프리킥으로 득점을 올렸다.

월드컵 무대에서는 어느 팀이든 평소보다 수비에 더 무게를 싣고 경기에 나선다.

그래서 한 번의 킥으로 득점을 만들 수 있는 세트피스를 잘 살리는 팀은 그만큼 유리해진다.

필드골은 물론이고 프리킥 득점 능력까지 갖춘 손흥민의 파괴력을 극대화할 전술을 찾아내는 것은 벤투 감독이 남은 5개월 동안 풀어야 할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