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어피너티 컨소시엄 등과의 ‘풋옵션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섰다. 교보생명은 KLI인베스터스가 신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국제중재소송에서 “(KLI 측 주식을) 매수할 의무가 없다”는 판정이 내려졌다고 13일 밝혔다.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판정부가 지난해 9월 어피너티(교보생명 지분 24% 보유)와의 소송에 이어 이번에도 또다시 신 회장 손을 들어준 셈이다. 국제중재재판 판정은 국내 법원의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교보생명 지분 5.33%를 갖고 있는 재무적투자자(FI) 어펄마는 2018년 10월 또 다른 교보생명 FI인 어피너티 컨소시엄과 풋옵션(주식을 특정 가격에 되팔 권리)을 행사했다. 풋옵션 행사 이후 어피너티는 감정평가기관으로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을 선임했고 KLI는 삼덕회계법인을 택했다. 당시 두 회계법인은 주당 가치를 39만7893원으로 평가했는데 이 과정에서 삼덕 소속 회계사가 딜로이트안진 측 보고서를 베껴 검찰에 기소되기도 했다.

중재판정부는 풋옵션 행사일인 2018년 11월 기준으로 공정시장가치(FMV)를 산출해야 함에도 2018년 9월 기준으로 산정하면서 신 회장이 해당 행사가격에 주식을 매수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중재판정부는 어피너티의 중재 신청에도 비슷한 근거를 들어 신 회장이 주식을 사줄 의무가 없다고 했다. 중재판정부는 작년과 이번 판정에서 공통적으로 ‘계약상 풋옵션 조항이 무효’라는 신 회장 측 주장에 대해선 “풋옵션 자체는 유효하다”고 결론 내렸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지난 3월 2차 중재 신청을 낸 만큼 어펄마 측도 투자금 회수를 위해 2차 중재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