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최근 지속해서 대만해협이 중국 영해(領海)라고 미국에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은 중국에 ‘동등한 자격’을 조건으로 언제든 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12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인민해방군이 최근 수개월간 미군과의 비공개 대화에서 대만해협이 공해(公海)가 아니라 중국이 주권을 가진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군 장성들이 여러 번 다른 수위로 이런 주장을 미국 정부에 전달했다. 대만해협은 중국 남동부 푸젠성과 대만 사이의 길이 약 400㎞, 너비 150~200㎞ 바다로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를 연결하는 요충지다. 외국 함정이 대만해협을 지나가는 것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을 자국 영토로 간주하는 중국에 무척 민감한 문제다.

중국의 영해 주장은 대만해협을 공해로 보고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해 온 미국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중국은 그동안 대만해협을 배타적경제수역(EEZ)이라고 주장해 왔다. 독점적 경제활동을 보장하는 EEZ는 외국 선박과 항공기가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지만, 영해는 주권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중국은 미국이 대만해협에서 펼치는 군사작전에 대해서도 계속 항의해 왔다. 하지만 주권을 주장한 적은 거의 없었다. 이런 주장을 근거로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충돌을 낳을 수 있는 추가 조치까지 나설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미 국방부는 “미국은 대만해협을 포함한 국제법상 공해에서 비행과 항해 등의 작전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대응했다.

쑤성창 대만 총리는 전날 중국의 대만산 우럭바리 수입 중단 조치와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대만은 중국과의 대화 통로를 닫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평등하고 호혜적인 지위에서 중국과 선의를 갖고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은 싱가포르에서 지난 10~12일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도 대만 문제를 놓고 공개적으로 충돌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11일 대만 인근에서 중국의 도발 행위가 늘어났다며 “대만이 충분한 자위 능력을 유지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날 웨이펑허 중국 국방장관은 “누군가가 대만을 분열(중국에서 분리)시키려 한다면 중국군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맞섰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