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세인트 조지 골프 앤드 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RBC 캐나다 오픈. 캐나다 갤러리들로부터 가장 열띤 응원을 받은 건 북아일랜드 출신인 로리 매킬로이(33·사진)였다. 축구장을 방불케 할 정도의 열띤 응원. 골프장에선 좀처럼 듣기 힘든 데시벨의 응원소리가 대회 내내 이어졌다.

매킬로이가 2019년 이 대회 우승자여서만은 아니다. 진짜 이유는 그가 지난주 첫 대회를 치른 리브(LIV) 골프 인비테이셔널에 맞선 ‘PGA투어 지킴이’의 선봉에 섰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의 후원을 등에 업은 리브 인비테이셔널은 엄청난 이적료와 상금을 앞세워 PGA 스타들을 잇따라 영입하고 있다. 이 대회 타이틀 스폰서인 RBC의 후원을 받았던 더스틴 존슨(38·미국)마저 넘어갔을 정도다. RBC는 곧바로 존슨과 후원 계약을 해지했다.

미국, 캐나다 등 PGA 본산에서 ‘전쟁 영웅’ 대접을 받게 된 매킬로이는 우승컵까지 거머쥐었다. 이날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8언더파(버디 10개, 보기 2개) 62타를 쳤다. 최종합계 19언더파 261타로 2위 토니 피나우(33·미국)를 2타 차로 따돌렸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2년간 이 대회가 열리지 않은 만큼 매킬로이는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것이 됐다. 매킬로이가 디펜딩 챔피언으로 출전해 우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PGA투어 통산 21승째를 신고한 매킬로이는 경기 직후 “이번 우승으로 ‘그 누군가’보다 1승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 누구는 리브 인비테이셔널 골프의 수장이자 PGA투어 20승을 거두고 은퇴한 그레그 노먼(67·호주)을 가리킨다. 그는 또 “PGA투어에서 점점 우승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PGA투어 선수들의 재능은 정말 대단하고 이런 선수들을 상대로 우승한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라고 했다. 이 역시 ‘한물간 선수’들이 여럿 뛰고 있는 리브 인비테이셔널을 겨냥한 말이었다.

하지만 매킬로이가 쥔 돈은 156만6000달러로, 전날 끝난 리브 인비테이셔널 개막전 우승자 샬 슈워츨(38·남아공)가 받은 상금 400만달러의 절반도 안 됐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