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S, TYK2 저해 경구용 루푸스 신약 2상 긍정적[최지원의 바이오톡(talk)]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이 전신홍반루푸스 질환에 대한 듀크라바시티닙(Deucravacitinib)의 임상 2상 결과를 1일(현지시간) 밝혔다. 듀크라바시티닙 투여군에서 질병 수준이 크게 개선돼 1차 평가변수를 충족했다고 전했다.

이번 2상에는 총 363명의 환자가 참여했다. 이들은 위약군, 듀크라바시티닙을 하루 2회 3mg, 6mg, 12mg 복용하는 환자군 등 총 네 개군으로 나뉘었다.

투약한 지 32주 후 전신홍반루푸스 반응지수(SRI·SLE Responder Index)를 비교한 결과 3mg과 6mg군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수치가 개선되는 것을 확인했다. 12mg 투여군 역시 위약군에 비해 큰 개선 효과를 보였으나 통계적 유의성은 확보하지 못했다. BMS는 “FDA와의 논의를 통해 임상 3상에서의 투여 용량을 확정할 것”이라고 했다.

듀크라바시티닙은 선택적 '티로신키나아제-2(TYK2·tyrosine kinase-2)' 억제제다. TYK2는 자가면역질환을 매개하는 사이토카인 분비에 관여하는 효소다. 'STAT(signal transducer and activator of transcription)' 의존성 유전자 발현, 인터루킨-12(IL-12), IL-23, 1형·3형 인터페론 수용체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신홍반루푸스는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다. 피부 관절 혈액 신장 등 여러 기관에 염증을 일으키는 전신성 질환이다. 피부 발진이 대표적인 증상으로 경미하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심각한 경우 루푸스 신염 등 합병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5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루푸스를 앓고 있다. 그러나 개발된 약물은 여러 부작용이 있어 미충족 수요가 큰 상황이다.

에릭 모랜드 오스트레일리아 모나쉬대 교수는 “환자의 절반 정도가 현재 치료법에 제대로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치료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번 임상 결과는 새로운 루푸스 치료법의 진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현재 BMS는 루푸스 외에도 다양한 자가면역질환에 대한 듀크라바시티닙의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건선의 경우 임상 3상을 마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청(EMA)에 판매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궤양성 대장염에 대한 임상 2상도 진행 중이지만, 지난해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 고용량에서 별도의 2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BMS는 듀크라바시티닙이 2029년에는 40억달러(약 4조9944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다소 낙관적인 전망이기는 하지만 최근 동향으로 봤을 때 가능성이 전혀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라는 평가다.

여러 자가면역질환으로 확장 가능성이 있고, 자가면역질환 분야에서 독보적이었던 'JAK(Janus Kinase)' 계열 약물의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화이자의 JAK 억제제인 ‘토파시티닙’(상품명 젤잔스)를 복용한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들에게서 심장발작과 뇌졸중 등의 심혈관 질환 및 암 발생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작년 JAK 억제제 약물을 판매 중인 화이자, 일라이 릴리(올루미언트), 애브비(린보크)에게 중증 부작용에 대한 보고를 요청했다. 국내의 한 전문가는 “JAK에 대한 처방이 다소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TYK2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TYK2 저해제로 BMS를 추격하던 화이자가 개발을 중단한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화이자는 지난해 말 TYK2·JAK1 저해제인 ‘브레포시티닙(brepocitinib)’과 TYK2 저해제 ‘PF-06826647’의 개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듀크라바시티닙과 동일하게 건선 루푸스 궤장성대장염에 대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던 물질이다.

현재 TYK2 저해제로 승인받은 약물은 없는 상황이다. BMS의 듀크라바시티닙이 승인될 경우 최초의 경구 TYK2 저해제가 된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