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병력이 있는 여성은 당뇨병 발생 위험이 다른 여성보다 높은 이유가 밝혀졌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방암 병력이 있는 여성은 당뇨병 발생 위험이 다른 여성보다 높은 이유가 밝혀졌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방암 진단을 받은 여성이 장기 생존할 경우 2년 뒤부터 당뇨병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보고된 가운데 유방암과 당뇨병의 연관성이 밝혀졌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저널 '네이처 세포 생물학(Nature Cell Biology)'에는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의대 과학자들이 유방암과 당뇨병의 연관성에 어떤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관여하는지를 연구한 결과를 담은 논문이 게재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유방암 진단을 받은 여성이 10년 뒤까지 살아남으면 같은 연령의 비 유방암 여성보다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20% 높다. 이 메커니즘은 양방향으로 작용했다.

유방암이 인슐린 생성을 억제해 당뇨병을 유발할 뿐 아니라, 혈당 조절 기능이 손상되면 암 종양의 성장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쓰이첸 에밀리 왕 병리학 교수는 "유방암 세포가 어떻게 췌장 랑게르한스섬의 기능을 손상하고 인슐린 생성을 줄이는지 밝혀냈다"면서 "유방암에 걸린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혈당치가 높아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유방암과 당뇨병의 연관성의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은 암세포가 분비하는 '세포외 소포(extracellular vesicles)'였다. 약칭 'EV'로 불리는 세포외 소포는 세포간물질 교환 시스템 중 하나다.

연구팀에 따르면 한 세포의 DNA, RNA, 단백질, 지질 등이 이 소포에 담겨 다른 세포로 전달되는데 유방암 세포가 마이크로 RNA-122를 소포에 담아 방출하는 게 문제의 발단이었다.
유방암이 인슐린 생성을 억제해 당뇨병을 유발할뿐 아니라, 혈당 조절 기능이 손상되면 암 종양의 성장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방암이 인슐린 생성을 억제해 당뇨병을 유발할뿐 아니라, 혈당 조절 기능이 손상되면 암 종양의 성장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암세포에서 이탈한 소포는 혈액을 타고 췌장까지 이동한 뒤 랑게르한스섬에 들어가 마이크로RNA-122를 풀었고, 이렇게 되면 인슐린을 분비해 혈당 수위를 정상으로 유지하는 랑게르한스섬의 기본 기능이 손상된 것이다.

암세포의 이 같은 행동은 단것을 좋아하는 성향에서 비롯됐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암 종양이 빠르게 성장하려면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정상세포보다 훨씬 많이 사용해야 하는데, 유방암 종양이 랑게르한스섬을 망가뜨려 혈당치를 높이는 목적은 암세포가 포도당을 더 많이 이용하게 돕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연구팀이 포도당 저하 작용을 하는 'SGLT2 억제제'라는 실험 약을 유방암이 생긴 생쥐 모델에 투여한 결과, 혈당 조절 기능이 정상화되면서 종양의 성장도 억제됐다.

왕 교수는 "임상 시험에 성공하면 유방암 치료에 이 약을 쓸 수도 있다"면서 "SGLT2 억제제는 마이크로 RNA를 기반으로 개발된 약 가운데 처음으로 현재 임상 시험 중"이라고 말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