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한국 관광 '오픈런' 사태
2008년 689만여 명이던 방한 외래관광객은 이듬해부터 두 자릿수 증가율을 지속하면서 2019년에는 1750만 명으로 늘었다. 그사이에 세 번의 위기가 있었다. 2013년에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계기로 일본인 관광객이 급감했다. 2015년에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의 직격탄을 맞았고, 2017년에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중국인 관광객 방한이 급감하면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관광산업은 이처럼 외부 변수에 매우 취약하다. 전염병, 외교 갈등, 환율, 경제위기 등 별별 요인이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억눌린 여행 수요는 시차를 두고 더 큰 수요로 폭발하기 마련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각국에서 폭발하는 가운데 일본 도쿄에서 한국 관광비자를 받으려는 사람들의 ‘오픈런’이 펼쳐졌다. 지난 1일부터 재개된 한국 관광비자 신청을 위해 주일 한국총영사관 앞에 전날 밤부터 수백 명이 장사진을 이뤘다. 접수 절차가 복잡해 하루 신청자를 선착순 200명으로 제한한 탓에 한국에 하루라도 빨리 가려는 사람들이 몰려든 것이다.

한·일 양국은 코로나19가 확산하자 2020년 3월부터 90일 무비자 체류 및 관광비자 발급을 중단한 상태다. 일본은 오는 10일부터 여행사 패키지 투어에 대해서만 관광 목적의 입국을 허용할 예정이나, 한국은 상호주의를 넘어 세계 주요국 개인에게도 관광비자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중국인과 일본인은 방한 관광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2015~2021년 방한한 외국인 8014만 명 가운데 중국인이 37.3%, 일본인이 16.4%였다. 무비자 방문 재개 등으로 여행시장이 정상화되면 폭발적 입국 러시가 예상된다.

일본과 한국은 관광산업의 경쟁자다. 일본은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외래관광객이 한국보다 적었으나 2019년에는 3188만 명에 달했다.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대대적인 관광진흥정책을 편 결과였다. 대일 여행수지 적자도 해마다 늘어났다. 2018년 방한 일본인은 292만 명, 방일 한국인은 754만 명으로 대일 여행수지 적자는 37억달러에 달했다. 세계경제포럼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국가별 관광발전지수가 일본은 1위, 한국은 15위였다. 일본과의 격차를 좁히려면 갈 길이 멀다. 더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정책과 마케팅이 필요하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