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억 호가 '반포자이' 감정가 48억원에 경매 나온 이유는 [심은지의 경매 인사이트]
최고가 72억8000만원, 현재 호가 76억원에 이르는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면적 245㎡가 감정가 48억원대에 경매 시장에 나왔다. 100% 현금을 조달해야 함에도 응찰자 15명이 몰렸고, 감정가 대비 40% 높은 69억원에 매각됐다. 금리 인상으로 주택시장 매수세가 주춤한데도 ‘똘똘한 한 채’ 선호는 여전함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2일 부동산 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경매에서 반포자이 전용 245㎡가 감정가(48억7600만원)의 141%인 69억원에 낙찰됐다. 일반 매매 시장에서 작년 11월 신고가인 72억8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같은 주택형이다. 현재 호가는 73억~76억원에 이른다.

이 물건은 강남 핵심 지역에 있는 데다 시세보다 감정가가 크게 낮다 보니 경매 개시 전부터 입소문이 퍼졌다. 감정가 48억7600만원은 최근 계약된 전세보증금 50억원에도 미치지 않는 가격이다.

감정가가 낮은 원인은 감정 시점 때문이다. 이 물건은 작년 1월 시세를 기반으로 감정가가 매겨졌다. 작년 하반기부터 급등한 아파트 시세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이 물건은 선순위 근저당 설정권자인 A은행의 청구로 경매 시장에 나왔다. 집주인은 A은행에서 빌린 39억원을 포함해 총채권액이 212억원이어서 일반 매매를 통한 정리가 불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총채권액은 크지만 선순위 A은행과 임차인 외에는 모두 소멸되는 권리라 권리 관계 자체는 복잡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은 전세 보증금 2억원에 방 한 개와 거실 일부만 빌린 특이한 경우다. 낙찰가가 높은 편이라 임차인은 선순위 변제 후에도 전세 보증금을 회수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경매 전문가들 사이에선 첫 회차 낙찰이 힘들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감정가는 매력적이지만 입찰보증금(감정가의 10%)만 4억8000만원에 달해 수요자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경매 시장에서도 15억원 이상 주택은 금융권 대출이 불가한 만큼 웬만한 자산가가 아니면 낙찰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 물건이 고가 매각에 성공하면서 ‘똘똘한 한 채’ 선호 경향이 다시금 확인됐다는 분석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금리 인상 기조로 아파트값이 주춤하고 있고 평범한 사람들이 달려들 수 있는 가격대가 아닌데도 고가에 낙찰됐다”며 “‘똘똘한 한 채’를 추구하는 자산가들이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