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수라장 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 2일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주들이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을 점거하기 위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3월부터 이어진 화물차주들의 파업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제공
< 아수라장 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 2일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주들이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을 점거하기 위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3월부터 이어진 화물차주들의 파업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제공
주류업계는 하이트진로의 이천공장 생산 중단 사태가 일부 화물차주의 화물연대 가입에서 촉발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이번 파업 사태를 겪기 전 화물차주 파업으로 인해 생산이 중단된 적이 없던 곳이다. 이런 기업이 화물연대의 영향권에 들어가 타격을 받게 된 만큼 다른 기업들도 사태의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화물차주 파업에 멈춰 선 공장

배송 방해·몸싸움…차주들 화물연대 가입 후 두 달간 26회 '무력시위'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화물 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 130여 명은 지난 3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화물연대에 가입했다. 수양물류 소속 약 500명의 화물차주 중 70%는 이미 지난 2월 올해 위·수탁 계약을 완료했다.

하지만 나머지 30%가량이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며 회사와 갈등을 빚다 화물연대에 합류했다. 이들은 운송료 30% 인상, 공병 운임 인상, 차량 광고비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화물연대 측은 “2008년 이후 14년 동안 운송료가 오르지 않았다”며 “기름값이 급등해 일을 하면 할수록 적자가 발생하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주류업계에서 하이트진로는 ‘화물연대 청정지역’으로 인식됐다. 매년 화물연대 소속 차주들과의 갈등에 골머리를 앓아온 오비맥주와 달리 하이트진로는 화물연대와 별다른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이천·청주공장에서 주류 운송을 담당하는 화물차주들이 가입하자 화물연대도 하이트진로 문제에 강하게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주들은 3월부터 두 달 동안 이천공장과 청주공장에서 총 26차례 파업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운송을 거부하는 것은 물론 화물연대에 소속되지 않은 차주들의 업무를 방해하고, 그 과정에서 몸싸움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2일 총파업을 선언하면서 이천공장 점거를 시도해 사측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하이트진로는 제품 출고 차질로 공장 내 재고가 쌓이자 이천공장의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 화물차주들의 연이은 시위로 이천시 부발읍 소재 하이트진로 공장 앞 도로는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시민들의 항의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참이슬 실종사태’ 벌어지나

생산 중단 사태에 직면한 하이트진로는 이번 파업에 직접적인 개입을 하지 못하는 처지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이번 파업은 위탁 물류회사와 차주 간 계약에서 비롯된 문제”라며 “위탁 물류사와 차주 간 계약과 협의 과정에 개입할 경우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 등에 저촉될 우려가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이트진로 공장에서 정상적으로 제품 출고가 이뤄지지 않아 물류센터는 재고가 거의 없을 정도로 텅 비어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모처럼 성수기를 맞아 주류 도매사와 대형마트, 음식점 등은 제품 주문을 늘리고 있지만 하이트진로의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하면 ‘참이슬 실종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산업계에서는 파업의 파장이 커지는 것을 막으려면 정부와 경찰의 강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CJ대한통운 택배 파업 당시 정부의 초기 대응이 늦어져 기업 피해가 커졌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노사 간 대화 중재에 나서고 불법 파업에는 단호하게 공권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