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경영으로 대물림되는 면허 경쟁입찰 놓고 정치권 갑론을박
이탈리아, 난데없는 '비치파라솔 대물림' 논란…개혁논쟁 점화
이탈리아에서 해묵은 난제인 '해변 수익시설 면허' 공개입찰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진행 중이다.

이탈리아 해변의 음식점과 바, 비치파라솔·선베드 대여점 등 수익시설은 전통적으로 해당 지역의 특정 가족이 소유·경영하는 방식으로 운영돼왔다.

문제는 기본적으로 공공의 영역에 속하는 이 면허권이 정부의 묵인 아래 대대손손 대물림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는 전통과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당연시됐고, 간혹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와도 큰 반향을 얻지 못했다.

정치권도 시급한 현안이 아닌데다 정파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합리적인 방향으로의 제도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다가 2020년 전 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변화의 계기를 만들었다.

유럽연합(EU)은 코로나19 사태의 경제적 충격 완화를 위한 대규모 회복기금을 이탈리아에 제공하는 조건으로 40여개 사회·경제 제도 개혁을 요구했다.

여기에 해변 수익시설 면허 제도가 포함됐다.

이탈리아가 보조금 및 저리 이자 등으로 받게 될 총 2천억 유로(약 270조원) 상당의 회복기금 가운데 해변 수익시설 면허 제도 등을 개혁해야 제공되는 금액이 400억 유로(약 54조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EU는 해당 제도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며 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면허의 자유로운 이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정부가 면허 입찰을 외면함으로써 그만큼 세수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해변 수익시설 면허권은 전체적으로 매년 150억 유로(약 20조원)의 사업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나 정부가 면허 입찰로 확보한 세수는 2019년 기준 1억1천500만 유로(약 1천553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마리오 드라기 총리 내각은 EU의 취지를 반영해 상품·서비스 시장의 경쟁 제고에 초점을 맞춘 법안 입법을 준비해왔다.

여기에는 내년 말까지 해변 수익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면허 입찰을 시행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하지만, 내각을 구성하는 정당 간 첨예한 견해차로 논쟁이 거듭돼왔다.

민주당을 비롯한 범좌파 정당들은 법안의 기본 취지에 동의했으나, 극우당 동맹(Lega)과 중도우파인 전진이탈리아(FI) 등은 반대 입장이다.

면허를 입찰에 부칠 경우 대부분이 자금력이 있는 대형 업체의 손에 떨어져 오히려 공정 경쟁을 해친다는 우려다.

수십 년간 유지해온 면허를 양도해야 하는 가족업체에 대한 보상 문제도 걸려있다.

25일(현지시간) 안사(ANSA)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들 정당은 입찰 시행 시점을 2024년 말로 미루는 드라기 총리의 타협안을 놓고 다시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접점을 찾을지는 미지수다.

해당 법안은 내달 말까지 내각 승인을 받고 연말까지 상·하원의 동의를 거쳐야 정식으로 입법화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