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처음으로 상장지수펀드(ETF) 집중 검사를 했다. ETF 시장이 71조원 규모로 급성장한 상황에서 리스크 요인도 커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TF 매매 급증에 LP 수익 ‘쑥’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 자산운용검사국은 지난주 대형 자산운용사인 A사에 대한 현장 정기검사를 마무리했다. 검사는 ETF에 집중됐다.
금융당국發 'ETF 옥석가리기' 본격화되나
복수의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검사 과정에서 유동성공급자(LP) 역할을 하는 증권사들에까지 자료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LP는 양방향 호가를 제시하면서 투자자가 원하는 가격에 ETF를 매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금감원은 A운용사의 LP 역할을 하는 증권사로부터 대차거래 내역 등을 받아본 것으로 알려졌다.

LP는 주식을 빌려 ETF 운용사에 납입하고, 운용사에서 ETF를 받아와 이를 시장에서 파는 역할을 한다. LP 제도가 있기 때문에 매매가 활발하지 않은 ETF라도 투자자가 시장에서 쉽게 매매할 수 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유동성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매매량이 적은 ETF에 투자한 투자자는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상황이 생기게 된다”며 “LP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LP들이 시장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2년간 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LP들의 수익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ETF 순자산총액은 2020년 말 52조원에서 지난해 말 74조원으로 증가했다. ETF 매매가 늘어날수록 LP의 수익도 커질 수밖에 없다. 대형 증권사는 LP로 매매하는 주식 규모만 연간 30조원대로 불어났다. 통상 매매대금 대비 3~5bp(1bp=0.01%)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ETF 운용사와 LP 간에는 ‘특수 관계’가 형성돼 있다. 증권사들이 LP 활동을 하기 위해 해당 ETF 운용사에서 주식을 바스켓(주식 묶음)으로 빌려오는 사례가 많다. 이 과정에서 운용사는 LP에 낮은 수수료를 받고 주식을 빌려주고 있다. 가령 시장에서 주식을 빌려줄 때는 15bp를 받지만, LP에 빌려줄 때는 5bp만 받는 식이다. 대차수수료를 높이는 것보다 유동성 공급으로 투자자가 얻는 편익이 더 크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액티브 ETF도 검사 대상

금감원이 자산운용사를 검사하는 과정에서 증권사에까지 자료를 요구한 것은 이처럼 ETF 운용사와 LP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운용사가 괴리율을 제대로 관리하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KINDEX 러시아MSCI(합성) ETF는 괴리율이 30% 이상 벌어지기도 했다.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수록 괴리율이 커질 위험이 있다.

LP들은 장중에 순자산가치(iNAV)에 가까운 호가를 제출함으로써 ETF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형성되는 것을 막을 의무가 있다. 운용사를 검사하는 과정에서 ETF 시장 가격이 지수의 순자산가치를 제대로 따라가는지 확인하려면 LP가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이 밖에 금감원은 액티브 ETF가 적정하게 지수를 구성·산출하고, 상관계수를 잘 지키는지 등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ETF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ETF에 대한 금감원의 검사는 강화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의 ETF 검사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ETF에 대한 검사가 확대되면서 ETF 상품의 옥석 가리기도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ETF를 부실 운용해 감독당국의 제재를 받는 운용사는 투자자 신뢰를 잃는 등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