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화동 칼럼] 관광산업 청사진이 안 보인다
일상 회복이 본격화하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2년여의 ‘코로나 쇄국’에서 풀려난 사람들이 해외로 쏟아져 나가면서다.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은 여행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TV홈쇼핑은 해외여행 상품 팔기에 바쁘다고 한다. 롯데홈쇼핑이 최근 판매한 ‘참좋은여행 터키 패키지’에는 3100건의 주문이 몰렸다. 롯데관광개발이 지난 3일 현대홈쇼핑에서 판매한 북유럽 10일 상품은 1인당 629만원으로 고가인데도 4000여 건의 상담이 쇄도해 260억여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G마켓, 옥션 등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해외 항공권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억눌렸던 여행심리의 폭발은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제주항공이 최근 이 회사 SNS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8명이 1년 안에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여행객 증가는 만성적인 여행수지 적자를 더욱 키울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여행수지 적자는 4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억1000만달러 늘었다. 엔저에 따른 일본 여행이 본격화하면 적자 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여행수지 적자를 줄이려면 방한 외래관광객을 늘려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방한 외래관광객도 늘고 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격리 및 비자 면제는 상호주의에 입각해 단계적으로 해제할 예정이어서 본격적 회복세를 기대하기엔 아직 이르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방한 외래관광객 수는 방일 외래관광객을 능가했다. 방한 외국인은 2012년 1114만 명에서 2016년 1724만 명, 2019년 1705만 명으로 증가했다. 적극적인 관광진흥책에 힘입은 바 컸다. 하지만 2012년 이후엔 한·일관계 악화로, 2017년 이후엔 한·중관계 악화로 일본인,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타격을 입었다.

반면 2012년 835만 명이던 방일 외국인은 매년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면서 2015년(1973만 명) 한국을 앞질렀고, 2019년에는 3188만 명을 기록했다.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중앙정부가 대대적인 관광진흥책을 펼친 결과였다. 코로나19가 터지지 않고 예정대로 올림픽이 열렸다면 2020년 목표였던 4000만 명을 돌파했을지도 모른다.

흔히 관광을 ‘굴뚝 없는 산업’이라고 한다. 제조업과 달리 유무형 관광 콘텐츠로 막대한 수입을 올릴 수 있어서다. 역대 정부가 관광산업에 적잖은 투자와 관심을 기울인 이유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뭔가 다른 듯하다. 국민의힘 대선 공약집에선 관광산업 관련 내용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과문한 탓인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관광 관련 언급은 들어보지 못했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은 7조3968억원으로 전년보다 7.8% 늘었다. 문화예술, 콘텐츠, 체육 등 다른 부문 예산은 모두 늘었으나 관광 예산만 3.3% 줄었다. 문체부 전체 예산에서 관광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 26.7%에서 올해는 19.6%로 감소했다. 관광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른 부문 예산은 5년 전에 비해 50~60%씩 늘어났는데 고용 효과, 외화 가득률 등이 뛰어난 관광산업을 왜 이렇게 홀대하느냐”고 탄식했다.

결국은 인식과 태도의 문제다. 유엔세계관광기구에 따르면 국가별 관광산업의 국내총생산 기여도는 프랑스가 9.3%, 미국 8.7%, 일본 6.7%인데 한국은 5.2%에 불과하다. 그만큼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얘기다. 코로나19로 지난 2년간 국내 관광업계는 사실상 초토화됐다.

새 정부는 관광업계의 피해 복구를 위한 지원뿐만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관광산업의 비전과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인바운드 여행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콘텐츠 개발과 적극적인 마케팅은 물론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관광 스타트업과 트래블테크 기업 육성 및 해외 진출 지원도 필요하다. 새 정부의 관광산업 비전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