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시 합격률 87.15%→54.06%로 추락
수험과목만 수강...특성과목 폐강 속출
합격률 상승만이 로스쿨 황폐화 막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 취지는 ‘교육을 통한 법조인의 양성’이다. 과거 사법시험은 수험생의 일부만 합격시키는 선발시험이었다. 이 때문에 사시에만 몰두해 취업도 하지 않는 청년층인 ‘사시낭인’을 양산해 국가적 인력의 낭비를 초래했다. 사회적 비용과 손해는 전적으로 우리 국민이 부담해야 했다. 이런 폐단을 개혁하고자 도입된 것이 로스쿨 제도다. 로스쿨 졸업생에게 응시할 기회가 주어지는 변호사시험은 그 성격이 선발시험이 아니라 자격시험이어야 한다. 자격시험은 단지 그 시험을 통과하면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는 시험이 아니다. 로스쿨 학생이 3년의 과정을 충실히 이수해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변호사로서 자질과 능력을 갖췄다고 판단해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변호사시험이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점차 선발 시험화되고 있다.
제1회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은 87.15%(1451명 합격)였다. 하지만 지난해 10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54.06%로 크게 줄었다. 로스쿨 학생 두 명 중 한 명만 합격하는 시험으로 전락했다. 합격률이 낮아지면서 합격 점수 역시 첫 회 720.46점에서 895.85점(제10회)으로 큰 폭으로 올랐다.
합격률 하락과 합격 점수 상승은 로스쿨의 황폐화를 초래하고 있다. 로스쿨 학생들은 변호사시험과 관련된 과목만을 수강하면서, 변호사시험이 아닌 특성화·전문화 선택과목은 폐강이 속출했다. 나아가 각 25개 로스쿨별 특성화는 유명무실화됐고, 리걸 클리닉·모의재판·세미나와 같은 활동들은 형식적으로 수업시수만 채우는 상태로 전락했다. 이는 다양한 전문성과 국제 경쟁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려는 로스쿨 도입 취지와 배치된다.
변호사 3만 명 시대라고 하지만, 국내 법률 시장 규모도 그만큼 커졌다. 로스쿨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2010년 3조1000억원이던 국내 법류시장 규모는 지난해 6조9000억원까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런 영향으로 로스쿨 졸업한 변호사들의 취업률도 90%를 훌쩍 넘고 있다. 인구 1만 명당 변호사 수도 한국은 턱없이 부족하다. 미국은 인구 1만 명당 48.6명(2018년 기준), 영국은 49.2명, 독일 25.7명인 데 반해 한국은 고작 14.5명에 불과하다.
황폐화된 로스쿨을 복원시키는 방법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이는 것이다.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화해 현재의 50%대 합격률을 80%까지 점차 끌어올려야 한다. 법조인의 양산은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법률 서비스 선택의 폭을 넓힐 것이다. 로스쿨 입학 과정은 치열하다. 그렇게 치열한 경쟁을 뚫은 학생이 교육 과정을 충실히 이행했다면 법조인의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 20일 정부 인사(법무부, 법원, 교육부), 로스쿨 교수, 변호사 등(법조인 8인, 비법조인 7인)으로 구성된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가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 합격자 규모를 선정하기를 기대한다.